007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초소형 비행 로봇은 많은 로봇공학자의 꿈이다. 그런데 이 꿈의 실현을 막는 가장 큰 난제의 하나가 눈을 만드는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지형을 실시간으로 인식하면서도, 충분히 가볍고 작아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벌(bee)의 눈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왔다. 벌은 최고 시속 50㎞의 고속으로 날면서도 재빠르게 목표물을 찾아낸다. 더구나 벌의 눈은 한 번에 280도 범위를 볼 수 있다. 벌은 그 작은 뇌로 어떻게 그 많은 시각 정보를 처리할 수 있을까. 벌의 눈은 어떻게 그 같은 광각을 포착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수천개의 작은 눈들이 모여 이뤄진 벌의 겹눈을 재현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여러 대의 카메라를 사용하는 방식이어서 초소형 로봇의 꿈을 이루기엔 너무 크고 무거웠다.

독일 빌레펠트 대학의 볼프강 슈튀르츨 교수팀이 최근 이 같은 꿈에 한발 다가섰다. 볼프강 교수팀이 만든 인공 벌 눈은 지름 23㎜짜리 카메라 한 대만을 사용해 크기와 무게를 줄였다. 비결은 초소형 반구(半球)형 거울과 렌즈를 사용한 광학에 있다. 연구팀은 카메라 20㎜ 앞에 반구형 거울을 장착하고 이 거울의 초점에 해당하는 자리에 렌즈를 놓았다. 거울에 반사된 빛은 렌즈를 통해 카메라 센서로 모아진다. 연구팀은 이 방식을 통해 280도 범위의 풍경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1초에 25장면을 처리할 수 있는 CPU를 이용, 정면과 측면의 풍경이 한 화면에 표시되도록 했다.

미국 코넬대학의 로봇공학자 호드 립슨 교수는 볼프강 교수팀의 인공 벌눈에 대해 "초소형 비행 로봇 연구에서 대단한 진보를 이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