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를 넘어 말복이 지났지만 밤잠을 못이루게하는 한여름의 뜨거운 기운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주식시장의 주요 관심사가 코스피 1800선 돌파여부라면 채권시장의 관심사는 단연 이번 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여부. 지난 달 금통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첫 기준금리 인상 시점(7월이냐 8월이냐)이었다면 이번 달은 '8월이냐 8월이 아니냐'는 쪽으로 논쟁의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실명으로 의견을 보여준 증권사의 채권연구원, 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 투자기관의 운용역의 예상치 종합은 '동결'이 과반을 훌쩍 넘는 우세를 보여줬다. 그러나 익명을 전제로 의견을 피력한 다수 투자기관의 운용역들 그리고 블룸버그 예측치를 통해 밝혀진 외국계 기관의 전망치 등은 분명 이 달 기준금리 '인상'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금통위 전, 국내외 경제동향을 살펴보자
한국은행이 매 월 첫 번째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보통 둘째주 목요일)를 통해 기준금리를 결정하기에 앞서 한국은행의 각 부서들은 국내외 경제동향은 물론이고 국내외의 금융시장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분석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금통위 바로 전날 '동향보고회의'에서 금통위원들에게 보고한다. 금통위원들의 주요 판단의 기준이 되는 가장 중요한 자료이며 그래서 정책 투명성을 위해 의사록에 같이 첨부돼 일부가 공개되기도 한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정책당국의 자료를 통해 국내외 경제동향을 따져보자. 지난 달 26일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한은과 시장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서프라이즈'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2% 성장했고 지난 분기에 비해서도 1.5% 증가했다. 김명기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어쩌면 확장 국면에 진입했을 수도 있다"는 표현까지 쓰며 한은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5%대 후반으로 보고 있으나 시장전문가들은 이미 6%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2분기 GDP 성장률을 전망치를 기존 5.9%에서 6.2%로 상향조정한다"며 "1분기에는 정부소비와 재고부문의 기여도가 높았던 반면 2분기에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의 기여도가 높아져 내용측면에서도 더 좋아졌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6월 산업활동동향은 현재 우리 경기가 어디쯤에 와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16개월째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현재의 경기흐름이 양호하다는 것을 보여주나 선행지수 전년동월비 증가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선행지수 지표에 대한 신뢰도를 떠나 하반기 경기흐름이 상반기보다 좋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김동환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경기를 동행지수가 대변하고 있다면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에 선행하는 선행지수 전년비는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3분기말에서 4분기초 경기 둔화가 시작되고 내년 1분기에서 2분기 중 경기반등 구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그동안 금리인상을 위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던 물가상승 압력은 어떨까. 지난 2일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 상승하며 현재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치의 중심선인 3%에 미치지 못하는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달 30일 공공요금 인상을 밝히면서 물가상승 압력은 다소 높아졌다.
박태근 한화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하반기 성장세 상향 전망속에 경기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외형상 물가수치에 비해 공공서비스 요금인상의 당위론이 합쳐지며 내년까지 3%대를 웃도는 기대인플레이션의 우려가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계경기의 더블딥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수출실적이 여전히 좋았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1일 지식경제부가 밝힌 7월 무역수지는 6개월 연속 흑자는 물론이고 수출과 수입이 모두 호조를 보이며 불황형 무역수지 흑자에서 벗어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6월에 상반기 실적관리를 위해 밀어내기 수출을 해 7월의 수출실적이 좋지 않은게 일반적인데 이번 7월 수출실적은 전달대비 1.3% 감소에 머물러 역사적 평균치 5.6% 감소보다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우리나라 경제지표에서 환호성이 들려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동결 우세..인상 의견도 적지 않다
금통위 폴에 참여한 국내증권사 20곳 중 16곳은 동결을, 4곳은 인상을 전망했다. 중장기적 경제전망을 주로하는 경제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 역시 5곳 중 2곳은 인상가능성을 점쳤다. 본인의 전망이 바로 수익률과 직결되는 투자기관의 경우 인상 가능성에 대한 예상은 더 커 3곳 중 2곳이 인상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동결을 전망한 전문가들의 주 이유는 7월에 기준금리를 올린 상황에서 추가로 금리인상을 하기에는 시기가 너무 빠르며 연달아 금리를 인상하기에는 여러가지 걸림돌이 많다는 것이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악화되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추가 부양책에 대한 전망이 높아지는 등 미국의 더블딥 우려가 여전하고 물가우려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금리인상을 굳이 전달에 이어서 이번달에도 할 필요가 있겠냐는 반응이다.
윤여삼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규제완화가 없었고, 원 가치가 절상되고 있어서 통화나 물가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며 "물가 움직임이 가장 중요한데 인플레 효과는 적어도 4분기는 가야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윤 연구원은 "3분기는 미국경기 둔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원화절상폭도 커져서 기준금리 추가인상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인상은 4분기에 한번쯤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승수 KTB투자증권 선임연구위원은 "7월 금리인상을 기준금리 정상화와 향후 물가상승에 대한 사전경고를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해석한다"며 "저금리 유지의 부작용이 위협적이지 않다면 통화당국으로서는 추가 인상에 앞서 지난 달의 인상에 따른 영향을 살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이자비용 측면에서 막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진 가계 못지않게 중소기업의 운영자금도 고려해야 한다"며 "변동금리 대출이 절대적인 중소기업 대출을 살펴봤을 때, 기준금리 인상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상생(相生)논리에 배치되는 측면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7월의 인상으로 시장에 어느 정도의 시그널은 준 상태"라며 "대외여건이 다소 불안한 가운데 경기회복력도 점차 약화될 것으로 보여 2개월 연속으로 인상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춘욱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고용지표와 주택시장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 데 이어, 중국의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하는 등 글로벌 경기 부진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의 동향을 살피며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한 총재가 지난 달 금통위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과의 소통을 언급하며 금리인상의 선(先) 시그널 전달을 강조했기에 이렇다할 금리인상 시그널이 없었다는 점도 이달 금리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다.
문홍철 동부증권 수석연구원은 "김중수 총재가 인상 전 충분한 시그널을 준다고 했는데 7월 이후 지금까지 한은 총재는 별다른 인상시그널을 주지 않았다"며 "한 달 쉬고 시장의 반응과 거시지표의 흐름을 확인한 후 다시 9월쯤 두번째 금리인상을 고려해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지원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총재의 시그널이 없었던 것은 확실한 것 같다"며 "지난 달 인상을 통해 통화정책의 시작을 알렸다면 이제는 방향성을 보여줘야 할 때이고 따라서 3개월 간격(10월, 내년 1월)으로 인상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다. 이어 임 이코노미스트는 "2개월 간격으로 인상할 가능성도 있으나 연달아 금리인상을 하는 것은 중앙은행이 단기적인 처방에 급급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에 큰 그림을 보여주고 지루하더라도 그 계획에 따라가는게 옳은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상을 주장하는 의견 역시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이유를 들어 인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금리인상 실기(失期)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여전한 가운데 미국 경기 둔화 우려,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의 요인은 장기간 저금리로 입을 수 있는 폐해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재호 키움증권 책임연구원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추가부양책은 기존 정책을 미세조정하는 수준일 것"이라며 "10일로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과가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유 연구원은 "현 정책당국의 스탠스는 꼭 올려야 될 이유가 있어서 올리는 것이 아니라, 올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 웬만한 상황에서는 올리는 스탠스"라며 "인상하거나 동결 후 인상 신호를 강하게 주거나 둘 중의 하나인데 이 달 인상에 큰 장애가 없다"고 말했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실적, 전망 모든 측면에서 성장률과 물가에 비해 정책금리가 너무 낮은 수준"이라며 "경제적으로 보면 정상화를 늦춰야 할 시기가 분명 있지만, 현재는 그런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최 팀장은 "정상화는 가급적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며 "장기간 비정상적인 수준의 금리가 유지된 이후 나타날 부작용을 한국은행은 예상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박혁수 현대증권 채권전략팀장 역시 "상반기의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과 하반기, 그리고 2011년의 물가상승 우려에 대처하기 위한 금리인상이 예상된다"며 "이는 부동산 경기 부양책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금융연구실장은 "향후 경기둔화 가능성, 부동산시장 부진 및 가계이자부담 증대 등 고려사항이 있지만 현재의 금리수준은 경기 및 물가수준을 감안할 때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며 금리인상 의견을 제시했다.
◆ 격월 인상이 대세 vs 추석 달에 인상한 적 없다
한편, 금리인상 여부에 대한 국내외 경제요인에 대한 분석 못지않게 한국은행이 그동안 보여준 기준금리 인상 결정의 역사를 돌아보며 이 달 인상여부를 점치는 의견 역시 존재한다. 즉 연달아 인상한 사례가 거의 없고(2007년 7,8월에 연달아 인상한 사례가 1번 있음) 대신 격월로 인상한 경우가 일반적이었기에 이번에도 그런 흐름으로 이 달 동결하고나서 다음달에 인상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 역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인상 결정의 '역사'를 그 근거로 한다. 즉, 다음 달이 추석이 있는 달인데 한국은행이 그동안 추석과 연말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사례가 없었기에 금리인상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 달에 하지 않겠냐는 얘기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은 설이나 추석 연휴 직전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한 적이 없었다"며 "9월부터는 미국의 경제지표들이 다시 부진해질 수 있고 주택시장 약세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어 이 달이 아니면 금리인상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명절은 추석으로 인정되고 있다"며 "추석 직전에 금리를 인상해 부작용이라도 난다면 국민들이 그 뒷감당과 책임을 한국은행에 묻겠느냐"고 되물었다. 즉, 금리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이 정부,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에게까지 갈 수 있는 추석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과연 그럴 수 있겠느냐는 해석이다.
이런 시각에 대해 한국은행측의 반응은 일단은 원론적이다.
한국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한 지가 이제 10년밖에 안돼 정책의 규칙성을 특정짓기에는 부족하다"며 "추석이라서 혹은 연말이라서 금리인상이 있을 수 없다는 시각이 존재할 수 있겠으나 그와 같은 판단이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서 절대적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드러나지 않은 시장심리도 주목하자
또 하나 주목해야 될 부분은 투자기관의 전망이 연구원들의 전망과는 다소 다르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 연구원의 설문결과만 봤을 때는 절반에 훨씬 못미치는 '인상'의견이 투자기관만(실명, 익명 포함해서 10곳)을 상대로한 설문에서는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명 폴에 응한 3곳 중 2곳은 물론이고 실명 설문에 응하지 못한 상당수 투자기관의 운용역들이 이미 인상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김기현 우리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대외불안,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요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정책금리 인상은 성장률 정상수준 회복에 따른 경기 후행적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며 "향후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수단 확보 차원에서도 정책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허도일 신한생명보험 투자부장 역시 "미국, 유럽 등 대외 불안요인이 상존하지만 한국 거시지표가 안정적으로 회복 중"이라며 "향후 정책수단 확보 차원에서라도 경기지표가 좋은 현 시점에서 일정 수준의 기준금리 정상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내은행의 자금운용부장은 "성장률이 좋고 경기지표가 좋을 때 올려놓지 않겠느냐"며 "한국은행이 요청한 폴에도 '인상'에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6대4정도로 동결과 인상 가능성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기관의 심리가 전달 예상밖 조기 금리인상 경험에서 익힌 자기방어적 전망에 의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한편으론 수익률로 책임지는 운용역들이 좀 더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따져봐야할 것이 외국계 기관의 시각이다. 블룸버그가 조사한바에 따르면 Barclays Capital, Capital Economics, Credit Agricole CIB, ING Bank, SC First Bank는 이 달 25bp 인상 가능성을 전망했다. DBS Group, Societe Generale, Action Economics는 동결을 전망했다. JP모건체이스은행,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등도 동결을 전망했지만 상당수 외국계 기관의 시각이 인상쪽으로 무게가 실려있음을 알 수 있다.
입력 2010.08.0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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