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후 재침체를 의미하는 더블딥(Double-dip)과 전반적인 물가 하락 현상인 디플레이션(Deflation)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잠잠해진 이후 더블딥 우려는 한풀 꺽였지만, 미국의 경제 성장 속도가 계속 둔화되고 물가가 내림세를 보이면서 디플레 우려가 등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글로벌 증시 반등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서도 채권이 선호되고 있다. 'D 리스크에' 대한 진단과 금융시장에 대한 전망을 정리해 봤다. [편집자]

올 봄, 금융위기 이후 쾌속질주하던 세계 경제는 유럽의 재정위기라는 암초를 만났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유럽 전반에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글로벌 금융 시장은 크게 요동쳤고,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긴축 바람이 유럽 각국을 강타했다. 경제가 회복하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에 대한 우려는 심화됐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이 대대적인 금융안정기금을 설립하고, 은행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공개하면서 금융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금융 시장에서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들은 안정적인 수준으로 수렴했고, 위기의 근원지인 유럽의 채권 시장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이 과정에서 '더블딥'이라는 단어가 언론에서 등장하는 빈도도 줄었다.

G2(미국ㆍ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연초 수준처럼 높지는 않지만 최근 수분기에 걸쳐 급격하게 상승한 만큼 둔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으로, 글로벌 범위의 더블딥 우려는 쇠퇴하는 양상이다. 다만 미국의 경우에는 성장률이 1%대로 추가 하락하면 더블딥 논란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

◆ 금융시장, 유럽 재정위기 이전으로 회복

지난달 24일 발표된 유럽 은행들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는 금융시장의 과도했던 불안감을 털어내는 계기가 됐다. 심사 대상 은행 91개 중 7개만이 불합격하면서 신빙성 논란이 있었지만, 유럽 은행들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겠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유럽 은행 채권에 대한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왑(CDS)지수는 지난달 큰 폭으로 하락했다. 유럽 25개 은행의 CDS를 반영하는 마킷 i트랙스 파이낸셜 지수는 7월에 44.5bp 하락, 지난 2008년 4월 이후로 가장 큰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이 지수의 큰 폭 하락은 유럽 은행권에 대한 불안감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금난에 시달렸던 유럽 은행들의 채권 발행도 수월해졌다. 지난달 말 시장에서 가장 큰 우려를 받아온 스페인 은행들을 포함해 영국, 이탈리아 은행들은 무사히 채권 발행을 마쳤다. 스페인의 방크 인터는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음에도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이 가운데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빅스 지수도 유럽 위기가 고조됐던 지난 5월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낮아졌다. 빅스 지수가 높다는 것은 시장의 부침이 잦다는 것으로 불안한 전망을 반영하는데, 5월에 50 가까이 치솟았다가 최근 20 수준으로 하락했다.

공포가 가라앉고 위험자산 선호가 되살아나며 글로벌 주요 증시는 7월에 일제히 상승했다. 미국의 S&P 500 은 6.9%, 범유럽 스톡스 600 지수는 4.9% 상승했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10% 급등했다. 여기에는 기업 실적 호조도 한 몫했다. 스톡스 600 구성 종목에서 실적을 발표한 223개 기업 중 55%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S&P 구성 종목 중 이 비율은 73%에 달했다.

◆ G2 경제지표 뒷걸음질..'정상화'냐 '둔화'냐

금융시장이 비교적 정상적인 수준을 회복한 것은 경제 전망에 대한 불안을 경감시켰다 그러나 G2 경제지표에서 '플러스(+)'의 폭이 줄고 있는 것은 더블딥 우려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에 대해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들은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의 속도가 '과속'에서 '감속'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 또다른 '후진'을 의미하는 더블딥은 당장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있다.

지난달 30일 미 상무부가 공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 2.4%를 기록, 4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4분기 연 5%, 올 1분기 연 3.7%에 이어 둔화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 속도도 1분기 연 11.9%에서 2분기에 10.3%로 줄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 회복에 긴 시간이 걸리고 회복세가 고르지 않을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경제가 더블딥의 영역까지는 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이 우세해지고 있다. 경제가 침체로부터 빠져나오려고 할 때 또다른 경기위축(마이너스 성장)에 처하는 것을 더블딥이라고 하는데, 경제성장률이 미약하나마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25일 NBC의 '미트 더 프레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낫기 시작했다"며 "더블딥을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3분기에 경제성장률이 올 상반기보다 낮아진다고 해도 더블딥 가능성은 낮다"며 "4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은 과거의 회복 국면 초기와 비교했을 때에도 완만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지표 둔화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이상 징후'라기보다 금융위기 이후 급격한 개선에 따른 조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씨티그룹의 켄 펑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는 '완만한 둔화'를 겪고 있는 것일 뿐 더블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인민은행은 분기 보고서에서 "최근의 성장세 감속은 과도한 팽창에 따른 조정일 뿐 아니라, 부동산과 대출 규제에 따른 것으로 (오히려) 경제구조의 균형을 찾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는 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는 美 더블딥 논란

하지만 미국의 더블딥 우려는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2%를 밑돌기 시작하면 부정적인 전망은 더욱 짙어질 수 밖에 없다.

폴 크루그먼 뉴욕 대학교 교수는 뉴욕타임스의 기고에서 "미국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처럼 길고 깊은 침체의 초기 국면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업과 과잉설비 증가를 감안하면 현재는 회복 국면이 아니다"라며 "만약 성장률이 1.5% 수준까지 내려간다면 이 때 더블딥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지난 2일 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완만한 경제 회복세의 중심에서 잠시 멈춰있는데 이는 '준 침체(quasi-ression)'와 유사하다"면서 "주택 가격이 다시 하락하기 시작하면 더블딥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에서 더블딥은 2차 세계대전 이후 1980년대 초에 딱 한번 발생했다. 1980년 1월~7월 발생했던 경기침체는 1981년 7월~1982년 11월에 더 깊은 모습으로 재기됐고, 당시 실업률은 10.8%까지 치솟았다.이 때문에 1982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공화당은 하원 대표 선거에서 26석을 잃기도했다.

아예 더블딥이란 단어 자체가 아직 학문적으로 완전히 정착된 단어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 논란은 거세다. 신한BNP파리바 자산운용의 패트릭 망지 부사장은 "원래 더블딥이란 잠깐의 반등 뒤에 나타나는 법이지만 세계 경기와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한지 벌써 1년 반이나 지나 더블딥을 논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경기가 하락할지 어떨지 자체도 논란이 있지만 만약 경기가 하락한다면 그건 더블딥이라기보다는 정점을 지나 침체가 온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