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설'로 뒤숭숭하게 출발했던 7월의 주식시장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코 나쁘지 않았다. 7월 위기설의 근원이었던 유럽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는 헛웃음이 날 정도로 싱겁게 결말이 났고, 남유럽 국채 만기도 무사히 넘겼다. 주식형 펀드에서는 여전히 썰물처럼 돈이 빠져 나갔지만 외국인과 연기금은 왕성하게 주식을 사들였다.

2분기 실적발표에서 삼성전자·현대차·기아차·제일모직·현대제철·두산인프라코어 등의 기업들은 연달아 '어닝 서프라이즈' '사상 최대실적'을 외쳤다. 이런 요인들에 힘입어 지난 28일 코스피지수는 1773.47에 도달했다. 2년 만에 처음보는 숫자였다.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간 코스피는 어렵게 도달한 1770선을 하루 만에 반납하고 1750선까지 밀려났지만, 8월을 맞는 증시 여건은 1800 돌파의 기대감을 갖게 할만한 요소들이 많다.

소비 회복 둔화세가 뚜렷한 미국은 올해 안 금리 인상이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올해 초 만해도 3분기 쯤으로 예상됐던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 이제는 '내년 8월설'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0~0.25%라는 초저금리가 앞으로 1년이나 더 지속되면, 위험자산 선호와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마켓의 강세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지난달 발표된 중국 경제의 주요 지표 역시 중국의 연착륙 가능성을 높이면서 출구 전략에 대한 우려를 덜어줬다. 상반기 바짝 죄였던 돈줄의 고삐가 약간 느슨해질 기미를 보이면서 중국 증시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리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고 중국이 좋아진다는 근거에 바탕해, 한국투자증권 김정훈 연구원은 8월 코스피지수를 1720~1840으로 예상하며 "IT, 자동차, 소재 주식을 언제 싸게 사느냐의 게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8월 전망이 장밋빛으로 가득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초저금리가 장기화된다는 것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만큼 성장 둔화세가 심각하다는 뜻이고, 중국의 출구전략이 늦춰진다는 것은 성장 속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의미다. 낙제생까지 다 합격해 버린 유럽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시험의 난이도와 공정성에 대한 의혹을 높였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사는 종목은 IT·자동차·화학 등 일부 대형주에 집중돼 있어 중소형주와 코스닥 시장에는 전혀 온기가 전해지지 않는다. 팽배한 낙관론 속에 활발한 주도주 순환매가 이뤄지며 증시가 크게 치솟았던 2007년과는 영 다른 모습이다.

게다가 8월은 전통적으로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시기다. 이트레이드증권에 따르면 1998~2009년 12년간 코스피지수가 6월에서 8월까지 연속 상승한 경우는 2003년이 유일했다. 이 기간 동안 주가는 6월과 7월에 각각 평균 0.8%, 2.3% 상승한 반면 8월은 0.3% 하락했다. 이트레이드증권 민상일 연구원은 "7월은 1월과 비슷하게 새로운 반기를 시작한다는 기대감과 어닝 시즌이라는 시기적 특성이 작용하는 반면, 8월은 2월과 비슷하게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지난달 바닥을 다지면서 차근차근 올라온 주식시장은 8월에 접어들어 기로에 섰다. 한발짝 더 앞으로 나갈 것인가, 아니면 주저 앉을 것인가. 엇갈리는 신호 속에서 8월 증시 향방을 가늠할 나침반이 첫 주에 놓여 있다. 미국에서 중요한 지표가 여럿 발표되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시간 2일과 4일 각각 발표되는 7월 ISM 제조업·비제조업 지수, 4일 발표되는 7월 자동차판매, 6일 발표되는 7월 민간 고용자수 및 실업률에 따라 한국과 글로벌 증시는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 속도의 가늠자가 될 ISM제조업지수는 전달에 이어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하락폭이 그리 크지 않다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6일로 예정된 유럽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상세 결과 발표도 주목해야 할 이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