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거품만 뺐을 뿐인데….'
최근 용산국제업무지구, 판교알파돔 등 공모형 PF(민관합동개발) 사업이 땅값 조달 문제로 줄줄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모형 PF사업으로 추진 중인 경기 하남의 대규모 아파트형공장이 '저렴한 땅값'과 '출자사간 위험 분담'을 발판으로 성공을 거둬 주목된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 하남 풍산택지개발지구에 건설 중인 아파트형 공장 ‘아이테코’가 1년만에 100% 분양을 끝냈다. 아이테코는 대지면적 2만7000여㎡에 지하 4층~지상 10층 규모로 건설되며 연면적(20만여㎡)이 63빌딩(16만㎡)보다 크다.

아이테코는 지난해 분양을 시작해 현재 분양이 완료된 상태이며, 내년 1월 입주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지금같은 불경기에 초기 분양에 성공한 만큼 개발이익 규모만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남시아파트형공장 아이테코의 완성 후 예상모습.

그렇다면, 아이테코가 극심한 부동산 경기 불황에도 성공한 비결은 뭘까.

우선, 이 사업은 국내 최초로 건설 투자자 없이 재무적 투자자들로만 구성됐고, 건설사의 지급보증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공모형 PF사업은 공공기관이 땅을 내고, 금융기관은 돈을 빌려준다. 건설사는 빌린 돈에 대한 지급보증을 서주고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테코는 하남도시개발공사, 미래에셋증권, 산업은행, 한국교직원공제회 등 건설사를 제외한 재무적 투자자들이 자본금 10억원을 출자해 만든 ‘미래KDB에코시티’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분율은 미래에셋증권 55%, 하남도시개발공사 20%, 산업은행 17%, 한국교직원공제회 8% 등이다.

미래KDB에코시티 관계자는 “기존 공모형 PF사업과 달리 건설 시공사의 지급보증을 담보로 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테코의 시공사는 벽산건설과 KCC건설로 지급보증을 제공하지 않았다. 실제로 재무적 투자자들이 총 사업비 2400억여원 중 1650억원을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직접 조달했다.

또 다른 성공요인은 땅값에 있다. 현재 대부분 공모형 PF사업의 경우, 공공기관은 땅을 최대한 높은 가격에 팔고 금융기관은 빌려준 돈에 대한 높은 이자를 받고, 건설사는 사업비보다 높은 가격에 아파트나 상가를 분양해 수익을 챙기는 구조였다.

문제는 지금같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는 높은 가격에 분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익은 커녕 적자가 뻔히 예상돼 금융기관이 대출을 꺼려 땅값마저 조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것.

아이테코의 경우, 하남도시개발공사는 땅을 원가 수준에 내놓는 대신 나중에 이익이 발생하면 이를 회수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증권 등 재무적 투자자들도 건설사 지급보증이 없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대출금에 대한 수수료에 사업이익의 일부를 가져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출자자들이 사업 리스크를 분담한 것이다.

건설사에 지급보증을 요구하지 않고 단순 도급만 맡기면 공사원가가 낮아진다. 아이테코의 경우 지급보증이 있을 때 건설비용은 3.3㎡당 240만 원 정도지만 단순 도급으로 해 180만 원으로 낮췄다. 여기에 하남도시개발공사가 땅을 싼값에 제공해 3.3㎡당 430만 원에 아파트형 공장을 분양할 수 있었다.

인근에 있는 아파트형 공장의 평균 분양가(3.3㎡당 500만~550만원)보다 15%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하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아파트형 공장 수요자들은 일반적으로 준공이 임박했을 때 분양을 받는다”며 “1년 만에 분양을 완료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공모형 PF의 대안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산업은행이 진행하는 공모형 PF는 30개 정도인데 아이테코는 수익이 나는 몇 안 되는 사업 중 하나”라며 “사업 방식이 매우 선진화된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