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열 공정위 위원장.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29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대기업이 하도급업체의 납품 단가를 인하한 경우에 그 정당한 사유와 근거를 대기업이 입증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는 공정위가 납품 단가 인하의 부당성을 조사해서 입증하게 돼 있다. 만약 대기업에 입증 책임을 부과하면 함부로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하지 못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정 위원장은 또 "하도급업체의 원가 계산서를 대기업이 받는 관행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하도급업체의 원가 계산서를 들고 있으면서 납품 단가를 무리하게 깎는 걸 막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정 위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 제도와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와 유용 방지 등을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8월 말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도급 불공정 거래 관행을 바로 잡는 제도 개선안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정 위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문제는 공정위가 과징금 등으로 다루는 것보단 기본적으로 대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조정해서 상생 문화를 만들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대기업들이 하도급업체에 자금지원, 현금결제 등을 약속하는 상생 협약을 맺도록 독려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삼성·현대차·SK·LG 등 대형 계열 소속 136개 대기업이 5만6487개 중소기업과 상생 협약을 맺어 3조6525억원의 자금, 납품 단가 인상 등의 지원을 했다.

정 위원장은 "우리 문화는 모든 문제를 거칠게 다루는 경향이 있는데, 공정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문제를 엄정하지만 신중하게 다룰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또 "공정위가 중심을 잡겠다"라고도 했다.

이는 이날 오전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오히려 중소기업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으므로 현실적이지 않다"면서 "정부의 강제 규정보다는 대기업이 스스로 상생 문화, 기업윤리를 갖추고 시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 위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문제는 고질적이어서 앞으로 10~20년을 두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 위원장은 "과거 공정위는 실효성은 없으면서 시끄럽기만 했던 재벌 규제를 했지만, 지금은 정통적인 경쟁 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예를 들면 카르텔이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적발하는 등 서민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을 펴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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