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초에 대형마트 업계 1위 자리에 오를 것입니다."

이승한(李承漢·64) 홈플러스 회장은 21일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경제·투자 전문 온라인매체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 창간 기념 인터뷰에서 "1위(이마트)와 격차가 크지 않다"며 이처럼 밝혔다. 그는 "대형마트들이 지난해 추진했던 SSM(기업형수퍼마켓) 사업이 본래 취지와 달리 중소 상인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며 "이를 감안해 소상공인이 지분 참여를 하고 홈플러스는 매장 운영을 지원하는 가맹점 형태의 사업모델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점주에게 매장 관리 노하우를 전수해 장사가 잘되면 점주는 그만큼 돈을 벌고, 홈플러스도 투자한 만큼 이익이기 때문에 '윈·윈(win-win)' 모델이라는 게 그의 설명. 이 회장은 "만약 가맹점이 은행 이자 이상의 이익이 안 날 경우 본사(홈플러스)가 이를 보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이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홈플러스의 경영 전략과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마트가 올 초 시작한 '상시 저가' 정책과 관련해 "단기간 이벤트성으로 값을 내려놓고서는 '상시'라는 표현을 쓴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 회장은 "적어도 2014년까지는 홈플러스 경영을 맡을 것"이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경영이론 개발과 후진 양성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1월 이마트의 '상시 저가' 정책으로 촉발된 대형마트 간 가격 할인 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마트가 '상시 저가'라는 표현을 쓰려면 물가 상승 요인이 없는 한 최소 1년은 값을 내려야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2주에서 한 달 정도 가격을 낮추는 데 그쳤다. 그러면서도 '상시'라는 말을 썼다. 이는 '눈가림'에 가깝다."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가 대형마트 업계 1위로 올라선다는 목표는 가능한가.

"이마트를 추월하는 계획이 다소 지연될 듯하다. 그러나 차이는 크지 않다. 이마트가 만만치 않은 경쟁자이기는 하지만 내년 말이나 2012년 초에 1위를 달성할 것으로 본다."

―지난해 홈플러스가 기업형수퍼마켓(SSM) 사업을 추진하면서 중소 상인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는데, 앞으로도 SSM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인가.

"어려운 문제다. 소상공인이 지분 참여를 하고 홈플러스는 매장 운영을 지원하는 가맹점 형태의 모델을 전개해나갈 방침이다. 점주에게 매장 관리 노하우를 전수해 장사가 잘되면 점주는 그만큼 돈을 벌고, 홈플러스도 투자한 만큼 이익이기 때문에 '윈·윈(win-win)' 모델이다. 지역 주민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이웃 점포'로 발전시켜 갈 것이다."

―홈플러스테스코(옛 홈에버)가 지난해 34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2008년 10월 홈에버를 인수해 지난해 초 재단장했는데, 그로부터 1년 만에 영업적자 폭이 2000억원 개선되는 등 실적이 좋아졌다. 이제 탄력을 받아 올해에는 홈플러스 이익률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성공적인 M&A였다."

―업계 10위권 밖에서 시작해 10년 만에 2위로 올랐는데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이순신 장군이 23전 전승(全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순신 장군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마케팅 디렉터였기 때문이다. 유통은 해전(海戰)에 나가는 것과 같다. 이순신 장군은 왜구를 무찌르기 위해 남해안 일대의 지형을 샅샅이 조사했다. 조류의 흐름, 날씨 변화, 길목 유속이 얼마나 빨라지나를 다 봤다. 마케터로서 철저히 조사한 것이다. 홈플러스 안산점 1호점을 열 때 100번도 넘게 고객 조사를 했다. 점포 하나에 회사 전체의 에너지를 다 쏟으면 전 세계의 어떤 회사보다 잘할 수 있다."

―실제 경영뿐 아니라 경영 이론상으로도 상당한 식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표적인 경영 이론 몇 가지만 소개해 준다면.

"얼마 전 미국에서 지식경영의 대가 토머스 대븐포트를 만났다. 그가 올해 5월에 책을 냈는데 내가 7~8년 전부터 얘기했던 예술(Art)과 과학(Science)을 합친 '아티언스(Artence)' 경영에 대해 썼다. 이번에 내가 같이 경영 이론을 개발해보자고 제안했다. 올해부터 시작할 것이다. 아티언스란 '과학적 분석과 직관에 의한 의사결정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나' 하는 것이다. 직관이라는 것도 경험과 지식이 있을 때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근본은 과학이다. 조종사들이 비행기를 조종할 때 다 기계로 조종하지만 밖을 내다보는 것은 직관 때문이다."

―홈플러스 경영은 언제까지 할 것인가.

"적어도 2014년까지는 하겠다. 영국 테스코와 1999년 합작했을 때 '15년 후 회사 가치로 평가하자'고 약속한 게 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 경영이론 개발과 후진 양성에 힘쓸 것이다. 인천 무의도에 리더십 아카데미를 짓고 있다. 테스코의 리더를 양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지속가능한 경영과 국가 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런 교육 허브는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