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에 한 번씩 찾아오는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은 흔히 `네 마녀의 날`로 불린다. 지수선물과 주식선물, 지수옵션, 주식옵션 등의 만기일 겹치는 날이라 주식시장이 어디로 튈 지 모르기 때문이다.

선물시장은 어느 한 방향을 정해놓고 포지션을 설정하는 투기적인 거래도 있지만 선물 포지션에 따라 주식을 사고파는 헤지거래도 있다. 이를테면 주식을 사면서 주가가 떨어질 것에 대비, 선물로는 매도 포지션을 잡는 식이다.

이같은 거래는 프로그램 차익거래로 집계돼 매일 공표된다. 주식매수+선물매도 또는 주식매도+선물매수 형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정상적인 헤지용 차익거래라면 만기일에 청산되거나 다음달로 이월되는 게 정상이다.

◆ 네마녀 심술, 없어진 지 오래

만기일 충격 또는 만기일 훈풍의 전망이 가능한 건 이같은 차익거래를 통한 매수차익잔고가 얼마나 남아있는 지에 따라 가능하다. 예컨대 매수차익잔고가 1조원이 남아있다고 하면 산술적으로 만기일에 1조원의 주식이 빠져나간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주식시장 환경이 많이 바뀌면서 이같은 전망이 맞아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당장 올 6월 선물옵션동시만기만 해도 그렇다. 6월 동시만기 전날인 6월 9일 매수차익잔고에서 매도차익잔고를 뺀 순차익잔고는 2조7773억원의 순매도였다.

이는 선물 포지션을 낀 주식매도물량이 2조7773억원에 달한다는 의미이므로 만기일 당일 선물 포지션 청산과 함께 대규모 주식매수 주문이 들어올 수 있다는 전망을 가능케 했다.

하지만 만기일날 들어온 프로그램 순매수 규모는 차익거래 1149억원 비차익거래 262억원 등 총 1411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코스피는 0.27% 오르는 데 그쳤다. 이같은 흐름은 비단 6월만기 뿐만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순차익잔고와 반대로 진행되기도 했다.

◆ 차익잔고, 틀릴 수 밖에 없는 이유

이처럼 차익잔고와 만기일 방향성이 일치 하지 않는 것은 차익잔고 자체에 거품이 끼여있기 때문이다. 당장 전일 기준 매수차익잔고를 보더라도 9조원이 넘고 있는데 어느 시장 전문가도 이 잔고가 정상적 수치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매수차익잔고가 9조원이라는 것을 이론적으로 보면 모든 증권계좌를 통털어 선물계좌와 연계된 주식매수물량이 그 정도라는 얘기"라며 "실제로 그렇게 보는 것은 무리"라고 평가했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에는 주식과 선물매매 간의 차익거래 기준이 모호해 졌기 때문이다. 차익거래를 하려면 금융당국에 신고가 우선돼야 하는 데 이것이 일대일로 매칭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선물매도+주식매수인 매수차익거래 신고를 했다손 치더라도 나중에 둘 중 하나만 청산하게 되면 비차익거래가 돼 신고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제 물량은 없어졌지만 차익잔고는 그대로인 셈이다.

실제 거래주체와 신고주체가 다른 것도 한계다. 실제 거래는 기관이나 외국인이 하지만, 신고는 이들 거래를 중개하는 회원사(증권사)가 하게 돼 있다. 매매자는 포지션 노출을 꺼리고, 증권사는 이들 고객을 의식해야 하는 만큼 원칙대로 신고가 될리 만무하다.

◆ 칼 빼든 거래소..그러나

이처럼 차익잔고가 제대로 된 방향성 지표로써 구실을 못하게 되자 거래소는 '차익잔고 공개 폐지'라는 칼을 꺼내 들었다. 시장에 혼란만 줄 수 있는 만큼 아예 없애겠다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품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이제는 선물과 주식간의 일대일 매칭 개념이 없어진 지 오래"라며 "차익거래를 하면서 선물은 물론, ETF와 ELS, 옵션, ELW 등 다양한 상품을 이용하기 때문에 잔고 오류가 더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 설명했다.

시장은 이에 대해 갸우뚱 거리는 눈치다. 뜻은 알겠으나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표로써의 기능은 사라졌지만 그나마 시장 자금 흐름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자료인 만큼 그대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차익잔고 수치가 이론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라며 "수치가 틀리면 맞게 고쳐 잡으려는 노력을 해야지 그냥 없애겠다는 것은 지극히 관치에 입각한 편한 발상"이라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