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완벽주의자'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하기 싫은 고백을 했다. 잡스는 지난 16일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아이폰4 수신문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문제가 불거진 지 22일 만이다. 안테나가 달린 아이폰4 밑부분을 잡으면 수신이 잘 안된다는 고객의 불만에 "그렇게 쥐지 말라"며 애써 무시했던 잡스는 이제 "휴대폰은 완벽하지 않다"고 고개를 숙였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가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잡스는 이날 회견에서 지난달 출시한 아이폰4의 안테나 수신 불량을 시인했다.

애플은 휴대폰 외부케이스를 안테나로 사용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으나, 휴대폰 왼쪽 밑부분을 잡을 경우 무선신호가 차단되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무시와 변명으로 일관하는 사이에 이 문제는 애플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안테나게이트(Antennagate)'로 확대됐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4 구매자들에게 29달러짜리 범퍼 케이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이미 구입한 사람에게는 해당 금액을 물어주며, 이 조치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들에겐 아이폰4를 환불해주겠다는 보상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청바지에 검은색 터틀넥 셔츠, 간명한 헤드라인, 머리에 남는 숫자 등 잡스 특유의 프레젠테이션 기법은 여전했으나, 반응은 차가웠다. 언론들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뉴욕타임스, 포브스)와 '오만하고 실망스럽다'는 반응(뉴스위크, ABC뉴스, 이코노미스트)으로 갈렸다.

잡스는 아이폰4 하드웨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휴대폰을 쥘 때 발생하는 수신문제는 스마트폰의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잡스는 블랙베리(RIM), 드로이드(HTC), 옴니아2(삼성전자) 등을 직접 거명하며 영상으로 이를 보여줬다. 신제품 출시 때 사용하던 '영웅 대 악당'의 구조를 '같은 악동' 부류로 만들어 물타기를 했다. 당장 림의 공동 CEO인 마이크 아자리다스는 "블랙베리 사용자들은 적절한 통화를 위해 케이스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며 "대중의 이해를 고의적으로 비틀려는 시도"라고 반박했고, 노키아도 대변인을 통해 "노키아는 어떤 상황에서도 수신될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당장의 경제적 효과로만 보면 잡스가 리콜 대신 휴대폰 범퍼 케이스를 제공한 것은 '남는 장사'였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ABC뉴스는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인용, 범퍼 케이스 무상공급에 들어가는 비용은 4500만달러면 되지만, 대리점에서 수리해주는 프로그램을 가동하면 3억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안테나게이트'는 잡스의 응급조치로 일단락될지 모르지만, 잡스와 애플의 명성에 깊은 흠집을 내며 사람들을 환상에서 깨어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