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는 부의 창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어쩌면 기술·자본·노동보다도 더 중요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신뢰 없이는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며, 부가 창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회 상실이 누적되면 그 경제는 낙후하게 된다. 많은 후진국 경제의 문제는 자원이나 자본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이다.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 신뢰의 문제는 소비자로부터 시작된다. 소비자가 기업을 신뢰했을 때 그 기업의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는 많은 지출을 요구하며, 장기간 사용해야 하는 제품이므로 신뢰 없이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자동차 회사들은 좋은 품질, 합리적인 가격, 좋은 서비스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Believe me"라고 영어로 호소한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2010년 2월 5일 보도진 앞에서 대량 리콜사태를 불러온 차량 결함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자동차 회사들은 소비자의 신뢰를 받고 있지만, 최근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 먼저 미국의 GM은 기업 부도로 인해 소비자의 믿음을 잃었다. 근본적으로 소비자들이 부도가 난 회사의 제품을 신뢰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애프터서비스에 의구심을 갖기 때문이다. GM뿐만 아니라 최고의 찬사를 받아오던 도요타도 1000만대에 이르는 리콜로 인해 신뢰를 잃었다. 더구나 도요타는 차량 결함 자체보다도 결함을 은폐했다는 사실, 초기에 성의없는 사과 및 문제를 부품회사 탓으로 돌렸던 행동 등으로 인해 문제를 더 키워갔다. 그리고 한국 시장에서 잘나가던 현대차도 중대형차 가격을 대폭 인상했다가 다시 내리는 해프닝을 통해 소비자들이 가격에 대한 공정성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GM의 판매가 다시 회복되고, 도요타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처럼 3개 회사가 위기로부터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비자들이 그들에게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소비자는 톱 브랜드에 대해서는 관대한 태도를 취하고 실수 후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는 것이 밝혀졌다. 반면 2등 브랜드에 대해서는 한 번의 실수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스즈키의 소형 SUV 사무라이의 전복사고 위험이 보도된 후, 스즈키는 미국에서 판매가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고통을 겪었었다. 그러나 도요타에는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일등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일등 브랜드라 하더라도 두 번 연속 실수를 할 경우 소비자는 그 브랜드에 등을 돌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왜냐하면 연속 실수로 신뢰를 잃게 되면 회복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에서 신뢰의 문제는 부품회사와 모기업 사이에서도 발생한다. 자동차 회사와 모기업 사이의 신뢰관계가 구축되면 투자·품질·원가절감 등 많은 부수적인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와 관련 1992~1994년에 수집된 데이터와 2010년도 데이터를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롭다.

우리가 표에서 볼 수 있는 것은 2010년 신뢰 지수가 90년대 초에 비해 약간 하락했다는 것이다. 이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짐에 따라 부품업체들에 대한 원가절감 압력이 가중돼 관계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가운데서도 90년대 초나 지금이나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부품회사와 가장 높은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90년대 초에는 3개국 중 2위를 차지했지만, 2010년에는 신뢰가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 자동차 회사들은 신뢰 하락이 가장 적었고, 신뢰 수준이 3위에서 2위로 올라간 것을 볼 수 있다. 그나마 부품회사와의 신뢰구축에서 한국 자동차 회사들이 성공했다는 뜻이다.

신뢰는 그 자체가 좋기도 하지만 기업의 성과를 높여 주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과를 보면 부품회사와 신뢰관계가 높은 기업일수록 시장 점유율 향상이 높았었다. 특히 한국 자동차 회사들은 지난 10년 동안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2.2%에서 6.9%로 무려 3배 이상 성장했다. 반면 신뢰가 낮은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시장 점유율이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뢰 관계는 경제 활동에서 매우 중요한 지표다. 고객과 기업 간의 신뢰, 부품업체와 모기업 간의 신뢰, 나아가 기업과 정부와의 신뢰는 국가 경제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신뢰가 높은 기업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데, 이는 신뢰의 힘을 보여주는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