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이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두 국가는 지난달 29일 중국 충칭시에서 제 5차 양안(중국-대만) 회담을 열고 경제협력기본협정(ECFA·Eco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을 체결한 것. 중국의 자본과 대만의 기술력을 결합한 '차이완(차이나+타이완) 경제권'이 바야흐로 가시권에 들어간 것이다.
ECFA란 양국간 상품 및 서비스 무역에 대한 관세와 비관세 장벽 철폐, 분쟁 해결을 주 목적으로 한 무역 협정이다. 보통 WTO나 양자간 FTA로 이행하기 위한 전 단계로 인식된다.
이번 협정은 중국이 취하는 정·경 분리 노선의 결과물이다. 통항(通航), 통우(通郵), 통상(通商) '소3통(小3通)' 정책으로 대변되는 정치적 유대가 있었기에 단 5차례 회의를 개최한 끝에 협정 체결이 가능했다. 중국이 양보한 부분도 컸다. 중국과의 관계 강화와 함께 최근 자국을 위협하는 ASEAN과 한국 등을 견제하는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으려는 대만의 목적을 모두 충족시켜 준 것.삼성경제연구소는 이번 ECFA에 대해 '중국이 대만에게 안긴 정치적 선물'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중국 수입시장에서도 한국의 비중은 10%에 이를 정도로 건재한 편이다. 대(對) 중국 수출 비중은 25%를 넘나드는 우리나라는 중국-대만 간 밀월 관계로 피해를 입는 산업이 생길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번 협정으로 활성화되는 무역 규모는 총 1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총 806개 상품, 20개 서비스업종이 조기수확(Early Harvest)프로그램의 적용을 받아 발효 시점과 관계 없이 향후 2~3년 안에 조기 개방된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대만의 대(對) 중국 수출 비중이 가장 큰 품목은 전자집적회로다. 다만 다행스럽게도 IT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관측된다. ITA(IT Agreement) 적용과 현지법인 설립 후 협력 증대 등이 완충 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
가장 타격이 우려되는 업종은 석유화학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분석 결과, 지난해 한국과 대만의 대(對) 중국 수출 품목 가운데 가장 경합성이 큰 업종은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상위 품목 가운데 경합성이 큰 업종은 폴리카르복시산, 광섬유, 에틸렌, 프로필렌, 사무용 기계부품 등으로 석유화학 제품의 비중이 단연 높은 편이다.
중국이 지정한 조기 수확 프로그램에는 농산품 18개 품목 외에도 기계(107개)와 석유화학(88개) 품목이 포함되어 있다. 석유화학제품의 경우 단계적 관세철폐 대상 품목이 48개에 달한다. 프로필렌(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 기초 유분)과 부타디엔(합성고무 원료), 파라자일렌(페트병 원료를 만드는 물질 제조) 등 7개는 발효 즉시 관세가 사라질 예정이다.
특히 대만의 가격 경쟁력이 높은 폴리프로필렌(PP) 부문의 피해가 우려된다. 폴리카르복시산의 경우 작년 우리나라는 중국에 28억2400만 달러어치(전체 수출액 대비 2.8%)를 수출했고, 대만은 18억6600만 달러(2.2%)를 팔았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 석유화학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러 추가적인 수출 증대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IBK투자증권의 박여훈·정현주 연구원은 "대만에서 생산되는 에틸렌 및 프로필렌 계열 제품의 70% 이상이 이미 중국으로 수출되는 상황에서 수출 비중에 큰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대만 최대 석유업체 포모사(Formosa) 공장 사고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 업종이 준비 기간을 확보하게 됐다는 시각도 있다.
김영진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7일 화재로 중단되는 생산량은 70만톤에 이를 것이며, 복구에는 최소 1~3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국내 석유화학업종에 단기적 호재라고 말했다.
입력 2010.07.12. 06:33 | 업데이트 2021.04.1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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