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심야시간대(밤 12시~오전 6시) 게임 접속을 금지하는 '온라인게임 셧다운제(Shut-down)' 도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학부모·시민단체와 게임업계는 셧다운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여왔다. 학부모·시민단체는 "청소년의 건강과 게임중독 방지를 위해 청소년들이 심야시간에 온라인게임을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는 "강제 접속 금지는 선택권이 있는 청소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게임업체가 자체적으로 청소년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맞섰다.

수년째 끌어온 셧다운제 논란은 최근 정부가 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상황이 급진전되고 있다. 정부는 시기·대상 등 셧다운제 시행에 필요한 내용을 검토하면서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학부모·시민단체, "하루빨리 도입하라"

학부모와 시민단체는 "셧다운제 도입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게임 중독 청소년 숫자가 50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밤을 꼬박 새우면서까지 게임에 몰두하는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와 게임업계가 그동안 게임산업 진흥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정작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데에는 소홀했다는 질타도 포함돼 있다. 김민선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국장은 "청소년이 밤에 잠을 자지 않고 게임을 하는 것은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중독의 결정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정책위원회 위원장은 "국가가 앞장서서 18세 미만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게임접속을 차단하는 법을 하루빨리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역시 중국, 태국 등에서 이미 셧다운제를 시행하고 있는 데다, 통제력이 약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제도 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는 "술·담배처럼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청소년 자유를 들어 셧다운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사업자들의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맨 위부터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미르의 전설2', 넥슨의'카트라이더', 네오플의'던전앤파이터'

정부도 찬성으로 선회… 시행 방법 논의

과거에는 정부가 셧다운제 도입에 전적으로 찬성하지는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산업 진흥을 명분으로 '강제 도입은 반대' 입장을 보였다. 반면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보호를 위해 '무조건 도입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20대 게임중독자가 온라인게임만 한다고 꾸짖은 어머니를 살해하고 게임중독 부부가 신생아를 굶겨 죽이는 등의 사건이 발생하자 문화부도 태도를 바꿨다. 김재현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과거에는 셧다운제를 반대해왔지만, 14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것은 찬성하기로 했다"면서 "관련부처 담당자들이 모여 의견조율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회에서는 지난 2005년부터 몇몇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심야시간에 청소년의 게임접속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게임업계에 자율로 맡겨놨다가 '이 나라의 청소년을 망칠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셧다운제가 시행되는 데에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말한다. 권영준 교수는 "과거에도 청소년 관련 규제는 국가가 직접 나서서 했다"면서 "게임중독을 막기 위해 심야접속을 막는 것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자율 규제에 맡겨달라"

게임업계는 지금도 일부 게임에서 특정시간대 게임을 금지하는 '선택적 셧다운'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심야시간에 청소년의 접속을 전면 차단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지난 4월 기준으로 77개 게임이 선택적 셧다운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 김기영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게임마다 특성이 다른데, 셧다운제를 획일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법으로 정해 강제 시행을 하기 전에 업계가 자율적으로 셧다운제를 확산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서민 넥슨 대표는 "정부가 청소년 보호를 위해 게임산업을 규제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정부의 일방적인 노력보다는 사업자와 가정 모두가 함께 노력하는 것이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부모 이름으로 심야 게임 못하게 보완책 마련해야"

셧다운제가 시행되면 청소년 고객이 많은 넥슨 등의 업체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심야시간에 접속하는 청소년의 경우 게임 충성도가 높아 이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업체에는 치명적이다. 서민 넥슨 대표는 "지금 상황에서 손해액을 정확히 수치로 가늠할 수는 없지만, 일정 부분 희생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업체뿐만 아니라 그동안 심야시간에 게임을 즐기던 청소년 게이머들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 '메이플스토리 공식카페'에서 한 사용자는 "셧다운제는 새벽에 게임을 하는 유저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셧다운제 시행과 함께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정책위원회 위원장은 "심야접속을 막는다고 해도 초·중·고 학생들은 부모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게임을 즐길 가능성이 크다"면서 "청소년의 경우 게임가입이나 현금결제 때 부모에게 자동으로 통보를 해주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