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식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요? 박○○ 대표가 아닐까요?"

누굴까?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을 떠올렸다면 당신은 상식적인 투자자다.올들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는 있다지만, 미래에셋은 여전히 한국주식시장의 가장 큰손이다. 펀드의 최전성기였던 2007년만은 못하다 해도 말 한마디에 주식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파워를 가진 사람임은 틀림없다.

만약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 원장을 꼽는다면 당신은 개미투자자이거나 아마추어 투자자다. 강연에, 언론 인터뷰에, 방송 출연에, 기고까지. 주식시장과 관련해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박 원장은 얼마전 한 투자교육업체가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만나고 싶은 금융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러나 박 원장은 어디까지나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추앙받는, 이른바 대중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흐름에 아주 민감한 투자자라면 누구를 상상할까? 아마 '박건영'이란 이름을 떠올릴 것 같다.

요즘 주식시장에서 돈 좀 있다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분야는 바로 랩어카운트 상품이다. 증권사에서 파는 자문형랩이 인기를 끌면서 이를 관리하는 투자자문사의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투자자문사의 행보 하나하나에 관심을 갖고, 그네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이는 게 요즘 증시. 그 중에서도 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는 주식시장 및 재테크를 대표하는 새로운 아이콘이 됐다.

박건영 대표가 운용하는 브레인투자자문의 운용자산은 1조원 남짓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아직은 대형 펀드 한개에도 못미친다. 그러나 입소문을 듣고 쌈짓돈을 들고 찾아온 강남 부자들이 주고객이다. 하루에도 200억~300억원씩 들어온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랩상품의 수익률이 타상품을 압도하면서 투자자문사로 돈이 몰리고 있다. 펀드에서 깨진 돈, 투자자문사에서 만회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다. 올 상반기 대박주였던 '7공주' 주식들이 투자자문사 작품이라는 건 이젠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펀드가 전성기를 맞았던 2007년만 하더라도 펀드로 먹고 사는 운용사들의 위상이 대단했다. 펀드 상품만 내놓으면 판매사들이 가져가기 바빴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시장으로부터 외면당하기 시작했다.

시어머니 잔소리에 요즘 운용사는 아주 죽을 맛이다. 이것저것 해달라는 요구에다, 너네는 왜 저렇게 못하냐는 핀잔까지 듣는 판이다. 설명회를 나가도 펀드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런 상품을 만들어 보라는 조언을 듣기 일쑤다.

반면 비제도권 취급을 받던 투자자문사는 어느덧 주식시장에서 무시못할 위치에 올라섰다. 오죽하면 감독당국이 최근 랩상품에 폭발적인 자금이 유입되자 규제에 나서기로 했을까. 하지만 당장 제동을 걸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2007년 시장은 미래에셋증권의 펀드가 무슨 주식을 담는지, 미래에셋 따라하기 열풍이 불었다.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단지 그 주인공이 바뀌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