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동서 "그룹의 모태기업, 장자가 나서야"
현대重·KCC 등 지원 합의

현대·기아차그룹이 범현대가(家)의 지원을 받아 현대건설 인수에 나선다.

30일 채권단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2남·장남 몽필씨는 1982년 사망)과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정 명예회장의 6남), KCC 정상영 명예회장(정 명예회장의 동생) 등이 모여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것에 합의했다. 현대건설 인수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현대중공업과 KCC는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고,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정 명예회장의 5남인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은 이날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대가 모임에서는 "정주영 명예회장이 일군 현대그룹의 모태 기업인 현대건설은 장자인 정몽구 회장이 인수하는 것이 맞다"는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그룹의 현 회장은 그동안 "현대건설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과 정몽준 의원, 정상영 명예회장은 "정몽헌 회장이 사망한 상황에서 재무 상황이 튼튼하지 않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과 건설업계에서는 현대건설 인수에 3조~4조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지난해 57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돼, 채권단으로부터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압박을 받고 있다. 따라서 현대건설 인수에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에는 작년 1조원의 매출을 올린 건설 계열사 현대엠코가 있지만, 현대건설을 인수하더라도 시너지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1947년 설립된 현대건설은 1970년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며 현대그룹의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2001년 계열 분리돼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갔다. 2006년 워크아웃(기업 개선작업)을 졸업했다.

외환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6월 29일 회의를 갖고, 7월 중 현대건설 매각주간사 선정을 시작으로 현대건설의 매각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현대건설 실사, 매각 공고, 예비입찰자 선정을 거쳐 연말까지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내년 초까지 매각을 끝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