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가봐 귀찮게 그냥 교육받은 대로만 하면 돼…."

고객과 통화할 때 항상 자신감 있게 땅을 설명하는 동료의 모습을 보고 기자는 "○○○ 땅 어때요? 진짜 좋아요?"라고 물었다. 동료직원은 "가 본 적이 없어 모르겠는데"라면서 "여기 있는 사람 중 가본 사람.. 글쎄 아마 없을 걸? 답사를 가는 것도 기름, 밥값 돈이 들어가서 회사에서도 잘 안 보내줘 뭘 가봐 귀찮게 우리는 그냥 교육받은 대로만 하면 돼"라고 말했다.

동료 직원은 벽에 걸려 있는 '○○○ 개발계획 현황도'를 가리키며 "우리가 7800평을 팔아야 하거든. 빨리 다 팔아서 또 다른 땅 쳐야지(팔아야지)"라고 말했다.

기획부동산업체들은 가보지도 못한 땅에 대해 "강원도 ○○○지역 인근에는 고속도로, 국도며 아래 위 옆 다 뚫려 있어 막히는 곳이 없다"며 "땅이 참 좋아! 북한강도 흐르지 산도 있지, 경치가 좋으니 식당을 차려도 되고 병원을 차려도 되고.."라는 근거없는 설명으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위장 취업을 통해 기획부동산업체를 체험한 기자는 수 많은 사람들이 기획부동산업체에 터무니 없이 비싼 돈을 주고 땅을 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이사님 ○○○ 땅 선착순접수분 입금한다고 하는데요"

20평 남짓한 사무실에 30여명의 인원이 하루 종일 전화통을 붙잡고 고객과 씨름하다 보니 몸에서 열이 났다. 더운 여름날씨지만 사무실에는 에어컨, 선풍기 한 대조차 없었다. 대신 벽면 위쪽 팔뚝만한 구멍이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첫 출근 날 면접을 보던 상담실은 추울 만큼 에어컨 바람이 강했다. 하지만 그날이 에어컨 바람을 맞는 마지막 날이었다. 면접 이후 일을 하면서 시원한 바람을 맞아본 적이 없었다.

이곳은 희귀한 냉방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첫 번째 방인 상담실에 있는 에어컨을 켜면 벽마다 뚫린 구멍을 통해 그 바람이 들어온다… 아니 도착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결국 3개의 방을 거쳐야만 끝에 있는 텔레마케팅 사무실에 바람이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한 바람은 이미 데워져 에어컨이 안 나오니만 못했다.

에어컨 바람이 빵빵하게 나오던 상담실의 용도는 따로 있었다. 바로 고객이 회사에 방문할 때를 위한 '보여주기 위한 방'이었다. 가끔 인포(안내양)는 텔레마케터가 모여 있는 사무실로 와서 "○○○차장님 상담실에 고객에 도착해 있습니다"라고 알린다. 그러면 해당 직원은 땀을 닦고 옷매무새를 다지고 나서 5분 만에 차장에서 이사로 초고속 반짝 승진한다. 그리고 상담실로 가서 고객과 상담을 한다.

이때 중요한 포인트는 상담 도중 꼭 남성직원이 와서 "이사님 지금 고객이 ○○○ 땅 선착순접수분 입금한다고 하는데요"라면서 마치 인기 있는 땅인 것처럼 연출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고객은 상담원에게 더욱 신뢰를 느끼고 '도대체 어떤 땅이기에?'라는 호기심이 발동한다. 이 업체의 한 직원은 "고객이 사무실을 찾을 정도면 관심이 있다는 것"이라며 "자료를 좀 더 보여 주면 거의 70~80% 마무리(계약) 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동료직원의 특별한 조언 "번지수 알려달라고 하면 조건을 내걸어"

오후 1시에는 수석부장의 구호에 맞춰 단체체조를 한다. 부장들과 몇몇 씩씩한 직원들은 "자~ 오늘 주인공 한 번 돼보자고!", "우리 땅 좀 팔아서 사무실에 노래방 기계 좀 갖다 놓읍시다"는 등 사기를 높이기 위한 말들을 외쳐댔다.

단체체조와 점호를 마친 뒤 부장들은 임원들과 함께 전체 회의 참가를 위해 옆방 사무실로 이동했다. 내부 규율상 일과중 어떠한 잡담도 할 수 없어 부장과 임원들이 나가면 사무실에는 잡담의 꽃의 피기 시작했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50대로 보이는 직원은 기자에게 인사를 건네며 "총각이 꼭 알아야 할 사항 있어"라며 몇 가지 주의점을 얘기했다.

만약 고객이 번지수를 묻는다면 "절대 가르쳐주지 말라"며 "저는 번지수까지 말할 수 없습니다. 사장님이 안하면 안하는 거지 왜 번지수까지 알려달라고 합니까? 우리 땅에 대해 마음이 움직이신다면 회사를 찾아주세요"라고 당당하게 큰 소리치라고 알려줬다.

그는 또 "번지수를 알고 싶다면 신청금을 내야 합니다. 땅이라는 게 경사도 있고 산도 있는데 골드(좋은 땅·평지)를 잡기 위해서는 신청금이 필요합니다. 이거는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정식계약 후 3일 안에 환불해줍니다"라며 분위기를 바꾸라고 조언했다.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고객이 신청금을 입금하고 나서 정식계약을 하지 않으면 결국 돈은 회사 주머니로 들어간다. 고객은 환불이 된다는 말을 믿고 입금했다가는 낭패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영업교육 시간에 H이사는 "요즘 약아 빠진 사람들이 많다"면서 "번지수 알려주면 인터넷으로 공시지가 다 찾아본다. 공시지가는 세금 매기려고 쓰는 거지.. 몰라도 돼…. 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다 사게 돼 있어"라고 여유 있는 모습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이 지역 땅을 매매하는 한 부동산 공인중개인은 "그 쪽이 경사지가 많고 산(山)이 많아 실제 거래가 없다"며 "상업시설 인근 시세도 비싸봤자 13만원 안팎이지만 거래는 거의 없다. 나머지 거래가 없는 지역은 시세 자체가 없을 것"라고 말했다.

인터넷 검색 한방으로 그들이 왜 정확한 번지수를 알려주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