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4일 우리나라가 국제협력을 통해 개발한 최초의 정지궤도위성 ‘천리안’이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발사체 ‘아리안 5’의 압력저하 문제로 발사가 연기됐다. 또 25일 발사 역시 무산됐다. 우주개발 선진국에 속하는 프랑스의 우주발사체도 이렇게 카운트다운 과정에서 발사가 중단되기도 하는 것을 보니, 우주발사체를 개발하고 발사하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가 보다.

비록 ‘천리안’ 위성의 발사가 잠시 미뤄졌지만, 대한민국의 ‘통신’, ‘해양’, ‘기상’ 분야에서 큰 활약이 기대되는 ‘천리안’ 위성에 대해서 알아보자.

‘천리안’ 위성은 고도 약 3만 6000㎞의 적도 상공에서 변함없이 머물며 한반도의 기상과 해양 정보를 관찰하고,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똑똑한 정지궤도위성이며, 복합위성이기도 하다. 축구선수에 비교하면 중앙 미드필더, 측면 공격수 등의 역할을 모두 소화하는 박지성 선수를 생각할 수 있다. 천리안은 멀티플레이어 위성인 셈이다.

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인공위성은 지구 주위를 도는 궤도에 따라 저궤도위성, 중궤도위성 및 극궤도위성과 정지궤도위성으로 나뉘는데, 정지궤도위성은 한 지역을 계속 관찰할 수 있어 통신과 기상 관측 등의 목적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천리안’에는 이러한 기능 뿐 아니라 사상 최초로 해양관측 탑재체까지 추가로 탑재돼 한반도 주변 바다까지 관찰할 수 있다. 이에 세계의 눈과 귀가 ‘천리안’에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국립우주연구센터(CNES)와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정지궤도 해양관측위성을 계획하면서 우리나라의 ‘천리안’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해양관측위성은 극궤도 위성밖에 없어 탑재체뿐 아니라 관측 자료를 처리하는 프로그램 역시 세계 최초이기 때문이다.

이 해양 탑재체에는 해상도가 500m인 카메라가 장착돼 가시광선 영역에서 바다를 관찰하게 된다. 해상도 500m란, 가로ㆍ세로 길이가 500m인 물체를 지도상의 한 점으로 표시한다는 의미다. 극궤도위성이 하루에 1번 한반도 주변의 해역을 촬영할 수 있었던 반면 천리안은 하루에 8번 한국의 바다를 촬영한다. 따라서 더 자세한 해양 환경의 변화를 관찰하게 된다. 극궤도위성이 관찰한 정보가 ‘사진’이라면 정지궤도위성이 촬영한 정보는 ‘동영상’에 비유할 수 있는 셈이다.

‘천리안’이 관찰한 정보에서 대기가 보내는 신호를 빼면 바다 정보만 분석할 수 있다. 해양위성센터에서는 이 자료를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분석해 바다의 오염물질, 식물성 플랑크톤 정보, 적조 정보, 해수의 흐름 등을 알아낼 예정이다.

최초는 아니지만 기상 탑재체가 갖는 의미도 남다르다. 지금까지 한반도의 기상 관련 자료들은 일본과 미국의 위성을 통해 전달 받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30분에 1번씩 일본의 MTSAT-1이라는 정지궤도위성이 주는 한반도의 기상정보를 제공받았다. 하지만, 천리안 위성이 뜨면 평상시 15분, 비상시 최대 8분 간격으로 우리나라의 기상 정보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처럼 산이 많은 지형에서는 지역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기상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30분에 1번씩 기상 정보를 제공받아서는 기상 상황을 민첩하게 파악하고 대응하기 어렵다. 하지만 천리안의 기상 탑재체는 가시광선과 적외선 모두 관측할 수 있어 24시간 내내 한반도의 기상 상황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멀티플레이어, ‘천리안’이 가진 마지막 능력은 통신 기능이다. 다른 탑재체가 외국 기술진과 협력해 만든 장치인 반면, 이 통신 탑재체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순수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장비라는 게 특징이다.

‘천리안’은 위성의 허리춤에 붙어있는 원형의 안테나와 내부 전자장치가 방송과 통신 신호를 받아 우리나라 전역으로 보내주게 된다. 특히 통신 탑제체가 이용하는 주파수는 20㎓ 대역이라 고화질 HD방송이나 3D방송과 같이 큰 용량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또 공공 통신망이 닿지 않는 지역이나, 특수한 상황에서 지상 통신망을 대신할 수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기능이 기대되는 ‘천리안’은 우리나라의 위성 제작 기술을 한 단계 올려주는 상징적인 존재다. 제작기간 7년, 무게만 해도 나로호에 실리는 과학기술위성 2호의 25배나 되는 ‘천리안’. 이 위성의 발사와 운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전 세계가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개발 기술을 인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는 기상재해나 해양 환경 감시 등의 다양한 실질적 이득까지 얻게 된다.

물론 100% 한국 기술로 만들지 못한 점과, 우리나라가 만든 발사체에 실려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천리안’의 성공적인 운용은 우리나라도 정지궤도위성을 제작하고 운용할 수 있다는 자긍심과 기술적인 진보를 의미한다.

비록 ‘천리안’ 위성의 발사가 발사체 문제로 연기됐지만, 성공적인 발사를 위한 준비과정임을 알고, 우리 모두  ‘천리안’ 위성이 보내는 반가운 소식에 귀를 기울여 보자.

/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