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이번에 건설회사 16개를 워크아웃 또는 퇴출 대상으로 분류하는 등 건설업계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건설회사 최고경영자(CEO)를 지내 업계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 대통령이 최근 국내 건설업체를 보는 인식이 부정적"이라며 "이 대통령은 건설업체들이 전문성이나 노하우도 없이 부동산 경기만 믿고 한탕을 노리는 무책임한 행태를 그냥 둬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일부 건설사들의 어려운 부분을 살펴보겠지만 건설 경기에 편승해 무책임하게 주택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많은 이들에게 부담을 준 데 대해 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건설회사 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도 건설사들의 잇따른 부도와 관련해 "죽을 기업을 살릴 수는 없다. 앞으로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현재 전국의 건설회사는 약 5만6692개에 달한다. 2008년 말 5만5248개에서 작년 말 5만5979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가 침체했는데도 건설업체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지난 4월 말 현재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11만 가구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많은 건설사가 활동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경쟁력이 없는 업체들은 솎아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지난 2008년 하반기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에 대해 '유동성(流動性·자금)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던 정부 정책 기조도 대부분 정상화 단계로 돌아가고 있다. 금융당국은 중소기업에 대해 긴급자금을 지원해주던 제도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보증확대 조치를 이달 말로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제 상황이 정상궤도에 오르면 자연히 부실 건설사들도 시장원리에 따라 정리돼야 한다는 것이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이다.
건설사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이 저축은행 부실PF(프로젝트파이낸싱·대규모 개발사업 관련 대출)에 3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3조원가량의 공적자금으로 저축은행 부실PF를 매입하면 그 혜택이 결국 건설사에도 돌아간다"면서 "국민 세금인 공적자금 투입을 정당화하려면 건설사 구조조정을 강력히 전개해야 국민이 납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