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협상과 관련, "중국측의 개방 수준은 미국·EU(유럽연합) 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며 "한·중 FTA가 체결되면 석유화학과 IT(정보통신), 자동차업체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중 양국은 지난 5월 28일 3년2개월을 끌어온 FTA 산관학(産官學) 공동연구를 종료했다. 한·중 FTA가 양국에 장점 뿐 아니라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양국은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기 앞서 민감한 분야에 대해 사전협의를 하기로 결정했었다.

김 본부장은 지난 22일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경제·투자 전문 온라인매체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 출범 기념 인터뷰에서 한·중 FTA 협상 일정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종합청사 별관의 통상교섭본부장 집무실에서 1시간 40분동안 진행됐다.

그는 한·미, 한·EU(유럽연합), 한·중, 한·일, 한·중·일 FTA의 추진 우선 순위와 관련, "미국·EU가 최우선이고, 호주, 페루, 터키 등 협상이 많이 진전된 나라와 중국·일본  등을 꼽을 수 있지요"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칠레를 시작으로 싱가포르·유럽자유무역연합(EFTA)·아세안(ASEAN)·인도 등 총 16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발효시켰다. 한·미, 한·EU FTA의 비준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페루·콜롬비아·호주 등 13개국과 협상을 진행중이다.

김 본부장은 한·중 FTA 협상의 향후 일정과 관련, "중국 측은 오는 9월부터 약 6개월간의 사전협의를 거친 뒤 정부간 본협상에 들어갈 생각인 것 같다"며 "협의만 잘 되면 기간은 더 단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국가의 통상을 담당해오면서 김 본부장은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못할 약속은 아예 하지 않고, 어려우면 솔직히 어렵다고 말한다"며 "엔드게임(end game)에 가서는 진솔해야 한다. 상대가 공을 몰고 오는데 골대를 옮겨 놓으면 룰의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조선비즈닷컴과의 인터뷰에서 FTA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중 FTA가 민감한 경제현안으로 떠올랐다. 양국은 민감한 부문에 대한 사전협상을 마친 뒤 본협상에 들어갈 예정인데, 양국의 민감한 분야란 어떤 것들을 말하는가.
"우리는 농산물이고, 중국은 공산품 분야다. 중국은 공산품 중 특정 품목을 얘기하지는 않았다. 민감한 정도로 따지면 중국도 우리 못지 않다."

-한·중 FTA가 체결되면 어떤 업종이 유리한가.
"석유화학·IT(정보기술)·자동차 분야가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범용·저가의 생필품은 가격경쟁력면에서 우리가 좀 어려울 수 있다"

―중국과 FTA 협상을 한다면 미국과 협상하던 방식과 어떻게 다를 것으로 예상하는가.
"미국과 협상할 때는 큰 틀을 정해놓지 않고 각자가 모든 오퍼(요구)를 내는 포괄적 방식으로 했다. (지금까지 중국의 FTA 체결 사례를 보면) 중국은 (한꺼번에 모든 오퍼를 내놓는) 그런 식은 아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산업 국가와 FTA를 추진하는 게 우리가 처음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이 말한 '구동존이(求同存異·같은 것은 추구하고 이견은 남겨둔다)'가 조기수확을 말하는 건지, 10년 안에 교역대상의 90% 이상을 자유화 시키는 (미국식의) 포괄적 협상을 말하는지는 협상을 시작할 때 중국측이 구체적으로 얘기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서비스 분야를 개방하지 않고 있는데
"중국 내 서비스 부문에 대해서는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때 약정한 개방 수준보다 좀 더 개방하도록 요구하는 'WTO+알파'전략을 쓰겠다. 여기서 '알파'는 서비스, 정부 조달, 지적재산권 보호 등이다. 공정경쟁도 포함된다. 중국은 WTO에서 정부조달 협정에 가입하지 않았다. 중국이 정부가 조달하는 건설 등의 입찰에서 외국인을 내국인과 차별없이 대우한다면 엄청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다른나라와의 협상에서 그것을 허용한 적은 없다."

―한·중 FTA 개방수준은 한·미, 한·EU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가 될 것인가.
"WTO 규칙 중에 MFN(최혜국대우)이 있다. 이 나라에 관세를 5% 매기면 저 나라에도 5%를 매겨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FTA는 양자가 합의해서 특혜를 주는 것으로 엄밀히 말하면 MFN 위반이다. 하지만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24조에 따르면 양자 교역이 10년 안에 90% 이상 자유화되면 MFN 위반이 아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중국과 우리 사이의 90% 이상의 교역이 10년 안에 무관세로 자유화 돼야 한다."

―선진국과의 협상에 준해서 중국을 개방한다는 얘기인가.
"개도국의 경우는 '에누리'가 있다. 우리와 인도의 경우도 무관세 품목 비율은 85%로 5%정도 에누리했다 . 중국은 개도국의 대표주자이고, 한국도 공식적으로 개도국이다. 특히 농업 분야같은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한국은 공산품에서 개도국 대우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도 무역 대국이다. 세계 여러 나라가 한·중 FTA의 개방 정도를 주시하고 있다. 선진국에 준하는 협상을 하되 조금 에누리를 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한·미 FTA 미국 내 비준은 언제되는 건가.
"지난 5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의원 등 관계자들로부터 '반드시 FTA를 비준 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다만 '11월 중간선거 전에는 도저히 못하겠다'는 조건이 붙었다.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FTA가 '일자리 창출(job creation)'에 중요하다는 뜻을 밝히고 미국 기업, 언론 등도 지지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와 중간선거가 걸림돌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TPP(Trans-Pacific Partnership), 즉 환태평양 파트너십 체결을 중시한다는 말이 들린다. 한·미 FTA에 어떤 영향이 있나.
"뉴질랜드·칠레·싱가포르·브루나이 4개국이 시작한 TPP에 호주·페루, 그리고 미국 등 총 8개국이 참여했다. 하지만 미국와 TPP 나머지 7개 회원국간 교역규모를 한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이 60% 수준이다. 한국 한나라와의 교역규모가 7개국을 합한 규모 절반을 넘는다는 말이다. 지난 5월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질문을 받고 '한·미 FTA는 3루에 있는 주자로 히트(hit) 한방이면 끝난다. 하지만 TPP는 (이제 1루에 출격해) 죽을 지 살 지 모르는 주자'라고 대답했다."

―가서명까지 마친 한·EU FTA의 정식서명과 발효가 늦어지고 있다. 언제쯤 발효될 수 있나.
"한-EU FTA에서 EU측 공식 언어가 22개다. 지난 3월 29일 EU사무국이 각국 언어로 한·EU FTA 협정문 번역작업을 끝냈다. 현재는 번역본이 틀린 게 없는지 확인 작업 중이다. 한국이 프랑스어 번역본을 한번 확인해 봤는데 오탈자가 300개 발견됐다.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올해 발효엔 문제 없다. 최근 방한한 EU의회 대표단도 올해 비준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다."

―EU의 경제위기로 글로벌 경제도 출렁거리고 있다. 한·EU FTA도 영향을 받는 거 아닌가.
"없다. 경제위기가 와서 EU(유럽연합)의 구매력이 떨어졌지만 이는 한국 뿐아니라 경쟁국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한·EU FTA는 결국 한국기업들의 EU 수출을 늘려 한국에게 이익으로 작용할 것이다. EU 측의 FTA 발효 의지도 강하다. EU에서 최근 천안함 관련한 공개토론장에서 한·EU FTA도 거론됐는데 빨리해야한다는 분위기였다. 의회에 강하게 로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럽 자동차협회 측에 반대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발언도 나왔다."

―국회에서 한국 재래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 문제 때문에 EU측에서 보호조치에 항의하는 서한도 보내 온 것으로 아는데.
"걱정이다. 세계화로 경쟁이 격화되면 어려운 분야를 어느 정도 보호할 필요는 있다. 그렇다고 보호 일변도도 상책이 아니다. 특히 SSM 문제는 EU와 약속의 문제다. SSM문제에 대해 상대편이 어느 정도 양해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유통이 서비스에서는 중요한 분야인데 (한국이) 대외적으로는 공세적으로 나가면서 내부적으로는 보호 일변도로 나가면 중·장기적으로 가면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래시장) 보호도 필요하지만 경쟁력 확보도 필요하다."

-어느 수준까지 용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재래시장 반경 500m 안에 SSM 규제를 막는 유통산업발전법은 적절히 설득하면 EU도 어느 정도 알아들을 것으로 본다. 이전엔 상상을 못한 부분이라 협상의 여지가 있다. 그 부분은 통상교섭본부도 노력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재래시장 반경 500m 밖의 SSM 설립을 규제하는 상생법은 설득하기가 어렵다. 규제일변도로 가면 정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한·일 FTA 최대쟁점은 무엇인가.
"농업이다. 일본이 다른 국가들과 통상협상을 하면서 농업 개방도를 60% 이상 올린 적이 없다. 하지만 최근 일본도 농업개방도를 높여야 한다는 논의를 하고 있다. 한·일간 교역에서 농업 비중은 2%도 안 돼 무슨 실익이 있냐고 되물을 수 있다. 그러나 농업개방은 FTA 체결에 대한 일본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일본은 국민들의 독특한 국산품 집착 등 보이지 않는 비관세 무역장벽이 높다.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현대차도 못 버티고 철수했을 정도다. FTA를 하려면 한국·일본이 전부 균형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있어야 한다."

―한국, 중국, 일본 등 3국간의 양자 혹은 3국 FTA 체결을 통해 동북아에 지어질 완성된 건물은 어떤 모습인가.
"한·중·일이 아시아에서 경제규모가 크고 맡은 역할도 중요하지만 아세안(ASEAN) 10개국에 비해서는 공동체를 위한 작업에 늦게 착수했다. ASEAN+3(한·중·일)로 만나다가 최근 세 나라도 경제적 유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모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베이징을 시작으로 일본·한국에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3국간의 경제적 교류의 종착지는 하나의 큰 공동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