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던 삼성·한화·웅진·롯데 등 주요 그룹은 22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가 세종시 수정 추진 관련 법안을 부결시키자, "투자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그룹은 "아직 국회 본회의에서 어떻게 결론이 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명확하게 정해진 입장이 없다"면서도, "최종적으로 세종시 수정안이 무산되고 원안대로 추진된다면 현실적으로 세종시에 투자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세종시가 과학비즈니스도시로 수정 추진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당초 2조500억원을 세종시에 투자하기로 했었다. 이날 수정안이 부결됐다는 소식에 삼성 고위 관계자는 "본회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삼성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은 이미 세종시 수정안이 무산될 경우의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인 김순택 부회장은 지난 1월 세종시에 대한 삼성그룹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수정안이 무산될 경우) 대체 부지나 기존 공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세종시 수정안이 본회의에서도 부결돼, 원안대로 추진된다면 삼성은 세종시 대신 기존 공장 부지나 다른 투자 지역을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도 비슷한 입장이다. 한화는 국방과학연구소와 태양광 사업 등을 세종시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한화 관계자는 "원안대로 추진되면 과학비즈니스벨트로서의 각종 혜택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웅진그룹은 원안대로 세종시가 추진될 경우 두 가지 문제를 들어 투자에 난색을 표시했다. 첫째 수정안에서 제시한 각종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가 줄어들면 그곳에 투자할 메리트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둘째 원안대로 추진될 경우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부지가 줄어들어 당초 계획했던 웅진에너지, 웅진코웨이, 웅진케미컬 등 환경·에지 사업부문과 그룹의 종합연구센터를 한꺼번에 옮기는 것이 힘들다는 점이다. 웅진 관계자는 "어치피 한 곳에 들어가지 못하면 집중의 메리트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원안대로 추진되는 세종시에는 투자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말이다.
기업들은 무엇보다 세종시가 원안대로 추진되면 "투자하고 싶어도 투자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예컨대 세종시 원안에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부지는 24만2000평 정도다. 하지만 삼성이 세종시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예정 부지만 50만평에 달한다. 삼성 관계자는 "세종시 원안에 따르면 우리가 가려고 해도 땅이 없어서 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