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입체탐구'코너는 전자책(e-book) 투자 테마와 관련, 전자책 단말기업체(코원)과 서비스업체(예스24)를 분석한 데 이어 단말기 핵심 부품인 반도체를 설계하는 텔레칩스 서민호 사장을 투자포럼에 초대했다.
애플 아이패드와 같은 멀티미디어 기기들이 인기몰이에 성공하면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Application Processor)로 불리는 고성능칩 시장이 커지고 있다.
AP는 동영상·그래픽·MP3·인터페이스 등 통신을 제외한 대부분 기능을 처리하기 때문에 PC 중앙처리장치(CPU)에 비유된다. 개발이 어려운 만큼 AP를 잘 만드는 반도체 회사의 투자 가치도 높다.
국내 대표적인 팹리스업체인 텔레칩스는 최근 멀티미디어칩 'TCC8900'을 개발, 삼성전자, 퀄컴, TI, 르네사스 등이 버티고 있는 AP 시장에 진출했다. 텔레칩스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80억원과 3억84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각각 12.2%, 87.3% 감소했다. 시가총액은 1000억원 수준. 다음은 서민호 대표와의 일문일답.
◆애플 아이패드의 영향은
- 텔레칩스의 텃밭인 MP3플레이어,휴대용 멀티미디어기기(PMP), 일반 휴대폰 시장은 정체된 반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같은 고성능 모바일 기기 시장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은
▲이제 모든 휴대용 기기들은 인터넷 접속 기능을 필수적으로 탑재해야 한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로 상징되는 오프라인 시대에서 구글과 애플로 대표되는 온라인,모바일 시대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정보기술(IT) 역사에서 가장 큰 지각변동이다.
텔레칩스는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휴대용 기기(MID·Mobile Internet Device), 그 중에서도 구글 운용체계(OS)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기기에 최적화한 칩을 개발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는 유료지만, 안드로이드는 무료이기 때문에 관련 시장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수많은 중국 현지 기업들이 무선랜(WiFi)과 터치 기능을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MID를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대(10만원 안팎)에서 준비 중인데 시장 규모가 상당하다. 여기에 기회가 있다. 대형 반도체 기업들은 단가를 맞출 수 없지만, 텔레칩스는 가능하다. 그동안 중국 시장에 공을 많이 들였다.
- 텔레칩스가 개발한 멀티미디어 칩의 수준은?
▲안드로이드 칩을 제대로 개발하는 회사는 삼성전자와 퀄컴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텔레칩스의 안드로이드 칩 수준은 세계 3~4위권이다.내년 3월 미국 가전 전문 유통업체가 자사 브랜드(PB)를 붙여 MID를 공급할 계획인데 이 제품에도 텔레칩스의 칩이 탑재된다.
◆텔레칩스 CEO 리더십은
- 국내 팹리스업체들의 부침이 심하다. 대표적인 회사인 코아로직은 보광 계열에 매각됐고 엠텍비전 역시 키코(KIKO) 관련 손실로 재정 압박을 받으면서 인수합병(M&A)설이 나돌기도 했다.
▲일을 즐기면서 하는 스타일이다. 회사를 팔라는 제의를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애플 제외하고 각 분야 상위권 업체와 거래를 해봤기 때문에 시장을 읽는 눈이 정확하다고 본다. 매출 1조원이 될 때까지 회사를 키우겠다.
- '원맨 컴퍼니(One Man Company)'라는 인상을 받을 정도로 카리스마가 강하다. 회사를 운영할 때 사장이 의사결정을 주도할 것 같다.
▲덕장 스타일이 아닐 수는 있지만, 직원들을 사지로 몰지는 않는다. 이장규 부사장과는 20년 넘게 인연을 맺어왔다. 중요한 것은 희생이다. 중소기업 사장 중에서 중국에 15일동안 머물면서 하루에 거래처 6~7군데를 만나고 1일 숙박료 3만원인 호텔에 머무는 CEO는 드물 것이다. CEO와 최고기술책임자(CTO) 역할을 겸임한다. CTO 역할 비중이 60%로 더 높다. 적당한 시점에 믿을 만한 CTO를 찾겠다.
◆매출과 이익 확대 전략은
- 지난 10일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로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일반 휴대폰 및 동영상기기(PMP) 부문의 칩 주문량이 줄어든 데다 멀티미디어 고성능 칩을 개발하는 데 200억원이 소요됐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수신칩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주가에 부담을 줬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의 투자가 하반기부터 빛을 볼 전망이다. MP3플레이어 칩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자동차 오디오칩이 '에쿠스'를 제외한 현대·기아차 전 차종에 탑재된다. 닛산에 이어 르노용 오디오칩 생산에도 들어갔다. 총물량만 500만대 수준으로 지난해 대비 70~80% 늘었다.
중국에서도 인터넷TV(IPTV) 셋톱박스 저가 칩 시장 공략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셋톱박스 칩은 브로드컴,시그마디자인 등이 장악하고 있는 데 가격이 비싸다. 하반기 매출이 확대되면 올해도 20%대 순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GPS칩 개발도 완료했다.
-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M&A) 계획은 있나
▲국내 팹리스업체가 덩치를 키우기 위해 M&A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M&A는 득보다 실이 많은 게임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고 매수한 업체의 핵심 인력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 6월 인수한 칩스앤미디어도 반도체 설계자산(IP)을 가진 업체다. 추가 인수한다면, 근거리 무선통신 중 하나인 블루투스 칩 개발업체일 것이다.
☞팹리스(fabless)
반도체 칩 설계와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 외부 제조회사에 칩 생산을 맡기기 때문에 공장이 없다.
☞ 공개 투자포럼이란
전문가 패널이 기업분석… 지면·온라인 동시 게재코스닥 입체 탐구는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 매체인 조선경제i 연결지성센터와 기업 혁신 전문 컨설팅 회사인 IXL코리아가 손을 잡고, 각계 전문가를 패널로 초빙해 매주 공개 투자포럼을 진행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기업 분석결과는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chosunbiz.com)에 동시에 게재된다. 투자·법률·회계·컨설팅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패널이 업체 선정부터 공개 투자포럼까지 함께 진행한다. 투자 포럼 과정을 트위터(Twitter.com)를 통해 중계하고 이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음은 공개 투자포럼 패널 명단.
▲김운호 푸르덴셜투자증권 애널리스트 ▲ 김홍기 메티스투자자문 이사 ▲남충일 IXL코리아 이사 ▲ 박성배 삼정KPMG 상무 ▲ 박성하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박영하 다나와 미디어본부장 ▲ 서병기 신영증권 전무 ▲ 서원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 이재원 V&S 투자자문 대표 ? 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 장필준 하나대투증권 이사 ▲정대형 IXL코리아 대표 ▲ 정한설 스틱인베스트먼트 전무 ▲ 정회훈 DFJ Athena 대표(가나다순)
자문단의 주요 의견과 서 사장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장필준 하나대투증권 이사 = 삼성전자가 반도체 설계,생산,판매를 수직계열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팹리스 업체들이 성장이 어렵다. 대만의 미디어텍과 같은 위대한 회사가 나오기를 바란다.
▲서민호 = 한국, 일본, 중국, 대만 4개국에서만 IT제품을 제대로 만들 수 있다. 중국을 제외하고 3개 국가 모두 반도체 개발 능력이 상당하다. 결국 중국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특히 중국은 세계 공장이 아닌가.
▲서원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 텔레칩스는 개발 능력이 매우 뛰어나지만,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능력은 부족하다. 텔레칩스가 개발한 칩이 낯설게 느껴진다.
▲서민호 = 텔레칩스는 애플을 제외한 전세계 대부분의 메이저 업체와 거래한 경험이 있다. 삼성전자, 필립스, 소니 등 200개에 이른다. 요즘은 웬만한 자동차 회사도 텔레칩스를 안다. 인텔처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박성배 삼정KPMG 상무 = 회계쪽에서는 팹리스 시장을 '로또'로 본다. 시장에 맞는 제품을 내놓으면 대박이고 그렇지 않으면 사장된다. 텔레칩스는 매년 연구개발에 250억원을 쓰고 있는 데 재무적 관점에서 적은 돈이 아니다. 신 제품이 성공하지 않더라도 지금 제품만으로 회사를 몇 년간 유지할 수 있는가.
▲서민호 = 현금이 500억~600억원이 있다. 자동차칩,휴대폰칩, PMP칩 등에서 고정적인 매출이 나오기 때문에 향후 5년 동안 200억~300억원을 투자하더라도 끄덕없다.
▲정대형 IXL 대표 = 텔레칩스가 전략적으로 공략하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는 교체주기가 길다. 기존 휴대폰 시장에 비해 공급할 수 있는 칩 수량이 적다. 스마트 그리드 시장을 노려보는 것은 어떠한가.
▲서민호 = 자동차 칩 이익률이 적지 않다. 스마트 그리드는 아니지만 LED 컨트롤칩에는 관심이 많다. 또 친환경 이슈가 떠오르고 있는 데 셋톱박스용 칩을 만들 때 저전력으로 설계하는 데 자신이 있다. 휴대폰 칩을 많이 설계해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