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주택 실수요자의 거래 불편을 해소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정부가 어떤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총부채상환비율(DTI·소득수준에 따라 대출을 제한하는 제도) 등 핵심 규제는 풀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고 있어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단숨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고민하는 이유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이 심각하게 가라앉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수도권의 아파트 거래량은 예년의 3분의 1토막으로 줄었다. 신규 주택을 분양 받고도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이사를 가지 못하는 사람이 늘면서 건설사들도 속을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 기존주택 매입 신청기준 완화될 듯

그동안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 사용했던 카드들은 DTI 등 금융규제, 양도세 및 취·등록세 감면, 분양가 상한제, 주택 매입시 금융지원 등이다. 정부는 ‘실수요자’와 ‘거래 불편’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지만 집값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민간연구소의 연구원은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어야 대출을 감당하더라도 집을 사려는 사람이 생기는데 지금은 지원을 해줘도 살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집값은 안 오르고 거래만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은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 4·23 대책을 발표하면서 신규주택을 분양받은 사람들의 ‘기존 주택’을 매입할 경우 금융지원을 해주겠다고 밝혔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신청 건수는 전무(全無)한 것으완화할 듯로 나타났다. 당시 정부는 ‘기존 주택’을 매입하려는 사람에게는 연 5.2%의 이자로 가구 당 2억 원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 신청자는 부부합산 연소득이 4000만 원 이하로 한정돼 자격 조건이 까다롭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번에 대책을 내놓으면서 신청자의 소득기준을 높이는 등 자격 기준을 다소 완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 분양가상한제 차등 완화도 검토

또 정종환 국토부 장관이 분양가상한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 만큼 분양가상한제가 일부 유형 및 지역에 따라 차등적으로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앞으로 공급되는 주택의 분양가는 높아질 수 있어 집을 사려는 수요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앞으로 공급되는 아파트는 비싸지기 때문에 지금 집을 사라’는 협박에 가까운 것이지만 기존 주택을 해소하는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 건설업계에서는 올해 말까지로 돼 있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면제 기간을 연장하고, 지방 주택에 적용되는 취·등록세 감면을 수도권까지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주택협회의 한 관계자는 “생계, 교육 등의 문제로 이사를 가야하거나 현금이 필요한 자영업자들도 집이 안팔려 고통을 당하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DTI의 탄력적인 조정을 가장 시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