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들이 부동산 디벨로퍼(개발사업자) 시장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대학들은 전국에 막대한 부동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위험이 크고, 각종 규제 때문에 개발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대학마다 재정 확충을 위해 부동산 개발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고급 실버타운은 물론이고 골프장과 쇼핑몰 개발까지 나서고 있다.

캠퍼스 골프장에 맛 들인 대학

대학의 부동산 개발 사업 중 최근 가장 유행하는 게 골프장 개발이다. 지금까지 골프장은 인·허가가 까다롭고 위험 부담이 커 전문 부동산 개발업체가 아니면 손댈 수 없는 영역으로 꼽혔다.

건국대학교가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축구장·야구장 부지를 개발해 지은 시니어타운 '더 클래식 500'. 최근 대학들이 부동산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시니어타운·골프장·쇼핑몰 개발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개교한 충북 괴산의 중원대는 캠퍼스 안에 13홀짜리 골프장을 건설했다. 스포츠과학부 전공 학생과 교양과목 수강생의 실습 목적으로 지었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도 개방해 수익을 올린다는 방침이다. 건국대는 재단 소유의 경기 파주 법원읍 삼방리 부지(160만㎡)에 27홀 규모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건국대 법인 사무국 관계자는 "골프장을 지으면 땅 자체의 가치도 오르지만, 연간 200억~400억 규모의 이용 수익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대와 경희대(수원 캠퍼스)도 캠퍼스 안에 골프장 개발을 추진 중이다.

◆대학과 연계한 실버타운 개발 인기

대학들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손꼽는 부동산 개발 사업은 시니어타운(고급 노인요양시설). 시니어타운은 대학에서 운영 중인 각종 사회복지 프로그램과 연계할 수 있고, 공익 성격도 강해 대학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충북 괴산의 중원대학교 캠퍼스에 설치된 13홀 규모 골프장에서 학생들이 퍼팅 연습을 하고 있다.

명지대경기 용인캠퍼스 인근에 '명지 엘펜하임'을 운영 중이다. 2007년 건립된 엘펜하임은 명지대 사회복지재단인 명지원이 직접 운영하는 실버타운으로 360가구 규모다. 이곳에선 대학 강사들이 출강해 컴퓨터교육·서예·에어로빅과 중국어 교습 등 30여개의 강좌를 운영한다.

건국대도 과거 축구장·야구장 부지를 개발해 주상복합 아파트와 시니어타운인 '더 클래식 500'을 지어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더 클래식500은 184㎡(56평) 단일 주택형으로 보증금 8억원에 월 공동관리비만 100만원에 이른다. 건국대 관계자는 "나이가 지긋한 입주자일수록, 젊은이가 많고 전철이나 도로를 끼고 있는 곳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동국대도 16만㎡ 규모의 경기 일산 부지를 개발해 의생명과학캠퍼스와 동국대 일산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동국대 측은 남은 부지에 실버타운과 의료 관광용 체류 시설을 개발할 계획이다. 부산대는 캠퍼스 안에 '효원 굿플러스'란 대형 쇼핑몰을 짓고 8개관 규모의 영화관까지 개장해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박원갑 연구소장은 "대학의 부동산 개발은 보유 부지 활용이란 측면에서 땅 매입비용이 없는 게 장점이지만, 개발 과정에서 각종 송사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