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겨냥한 플랫폼(platform·차체를 구성하는 기본 뼈대와 엔진·변속기 등) 공용화에 나섰다.

현대차는 14일 모건스탠리 주최로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지난해 기준 총 18개였던 플랫폼을 6개로 줄여 6개 플랫폼만으로 이후 40개 차종을 생산하는 계획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들 6개 플랫폼으로 2013년까지 연간 650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사상 처음 글로벌시장 점유율 5%를 넘어서며 자동차업계 강자가 됐다.

◆플랫폼 공유에 따른 비용 절감효과 "연간 수조원대"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의 한 고위 임원은 "현대차와 기아차는 플랫폼과 주요 부품을 공유하는 작업을 통해 4조5000억원이 넘는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며 "플랫폼 공유화는 상품 경쟁력 향상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이란 자동차의 기본이 되는 골격을 말한다. 차체 구조뿐 아니라 이 차체에 사용되는 엔진·변속기와 각종 주요 부품 전체를 의미한다. 자동차의 기본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며, 같은 플랫폼 내에서는 90% 이상의 부품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그러면 대량 생산을 통해 부품 단가가 낮춰지고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게 된다.

예컨대 현대차 쏘나타(프로젝트명 YF)와 기아차 K5, 쏘렌토R은 모두 현대·기아차의 신(新)중형 플랫폼인 'Y4'로 만들어졌다. 이 플랫폼은 올 12월 출시되는 신형 그랜저(HG)와 내년 출시되는 신형 싼타페(DM)에도 사용된다.

A&D컨설턴트 윤재석 회장은 "신차의 개발비용에서 플랫폼을 새로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전체의 60~70%에 달한다"며 "현대·기아차가 플랫폼을 공유할 경우 신차 1차종당 개발비용을 3000억원씩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플랫폼 공유에 따른 원가절감효과를 높이기 위해 생산비가 낮은 중국·인도 등 신흥국 업체에서 부품을 대량공급받는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 개수는 18개인데, 이 중 6개의 플랫폼을 공용 플랫폼으로 구성하고 나머지는 폐기할 예정이다. 6개는 ▲경차(i10)용 ▲소형차(베르나)용 ▲준중형 세단·준중형 SUV(아반떼·투싼)용 ▲중형세단·중형 SUV(쏘나타·싼타페)용 ▲준대형세단·대형SUV(그랜저·베라크루즈)용 ▲대형차(에쿠스)용 등으로 추정된다.

◆개발기간 단축… 중소형차에 집중

현대차는 현재 32개인 전체 모델의 수도 40개까지 늘린다. 중국·인도 등 신흥국 시장의 수요에 맞춰 경·소형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공용 플랫폼을 활용한 소형 스포츠카 벨로스터(프로젝트명 FS)를 올 연말 내놓는 등 파생모델도 추가한다. 33개월인 신차 개발기간도 2013년까지 평균 24개월로 줄인다.

플랫폼 공용화는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1990년대부터 플랫폼 공유를 시작, 현재는 6개 플랫폼만 남겼다. 준중형차인 골프에 사용된 'A5' 플랫폼은 아우디 A3를 포함, 폴크스바겐 그룹 내의 아우디·폴크스바겐·세아트·슈코다 브랜드의 준중형차 20여개 차종에 공통 사용된다. 폴크스바겐의 공용 플랫폼 사용 비율은 전체 생산차종의 86%에 달한다. 폴크스바겐은 2018년까지는 현행 6개를 4개 플랫폼으로 다시 줄여 2018년 그룹 내 전체 생산 목표 1100만대를 모두 충당할 방침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검증받은 플랫폼의 완성도를 계속 높여 폴크스바겐처럼 3~4개의 플랫폼으로 그룹 내 모든 차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