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기술을 보유한 일본의 중소기업을 전문적으로 인수하는 M&A(인수합병) 펀드가 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의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일본기업들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어 지금이 일본기업을 사들일 수 있는 적기(適期)라고 보고 M&A(인수·합병) 펀드를 조성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15일 정부 관계자는 "일본기업 M&A 펀드 설립을 지원하기 위해 PEF(사모펀드) 운용사와 은행·증권 등 관련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정부가) 직접 펀드에 투자하기보다는 일본기업 M&A펀드 활성화를 위해 다각적인 지원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안에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중기청,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를 내세워 펀드 설립을 진행하고, 일본기업 투자를 위한 운용사와 회계사 등 중계기관과 자문그룹 등을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펀드 운용방식은 일본기업에 관심을 보이는 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200억~300억원씩 자금을 지원해주는 간접투자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 산업은행이 지난해 설립한 글로벌부품소재펀드가 3000억원 규모로 만들어져 있지만, 아직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투자 대상도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어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에 일본기업 인수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신성장동력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기업들이 일본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점도 작용했다. 정부 추정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국기업이 일본기업 지분을 인수하는 데 사용된 금액은 2800억원 수준이다. 반면 한국 기업은 570억원이 투자된 데 그쳤다. 정부는 하지만 일방적으로 일본기업을 인수하는 방식보다는 M&A를 통해 국내 기업과 일본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 중 R&D(연구개발) 투자는 돼 있지만 설비투자가 안 돼 있거나, 상품은 있지만 해외판로가 없는 기업들을 선별해 국내 자금이 들어갈 경우 서로 상승효과가 날 수 있는 곳에 주로 투자한다는 뜻이다.

한 PEF(사모펀드) 관계자는 "국내 기업 중 일본 기업의 원천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