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일거리가 생겼네요."
흙을 파내는 데 열심이던 슬라브씨는 다행이라는 듯 웃었다. "그동안 일거리가 없었든요. 프라하내 멈췄던 공사들이 하나둘 다시 시작되고 있어 한숨 놨습니다."
유럽의 심장으로 불리는 체코. 수도 프라하성에서 조금 떨어진 레트나 공원 근처에서는 대규모 경기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개월 동안 공사가 중단됐던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 다시 공사가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여러대의 트럭이 흙과 돌을 나르는데 열심이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무한정 연기됐던 공사가 여기저기서 재개되고 있었다.
그리스 등 납유럽의 경기침체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타격을 주고 있지만 체코의 경제상황은 양호했다. 체코 역시 지난해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해외수요 감소로 경제성장률이 -4.3%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1% 이상 성장이 예상되는 등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공산주의를 붕괴시킨 '벨벳혁명'을 이끌었던 프라하의 중심지 바츨라프 광장. 지금은 체코 경제의 중심지가 된 이곳에는 체코내 가장 큰 규모의 팔라디움 백화점이 있다. 오후 3시쯤인데도 쇼핑을 나온 젊은이들로 북적거렸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세 명은 화장품과 옷을 구매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늦은 밤에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프라하 거리를 향했다. 밤 11시 구시가 광장 '얀후스 동상' 앞에는 각종 음식과 맥주를 즐기는 시민들로 가득찼다. 밤 9시만 되도 문을 모두 닫아버리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는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명품거리'로 불리는 파리거리 주변 음식점에는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꽉 들어차, 음악과 함께 흥겨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2008년말 리먼 브라더스 파산에 따른 경기침체로 프라하를 찾는 관광객이 큰 폭으로 줄었지만, 다시 프라하를 찾는 관광객들은 늘어나는 추세라는게 현지인들의 설명이다.
8년째 프라하에서 관광 가이드를 하고 있는 이은주씨는 "최근 프라하를 찾는 관광객들이 다시 크게 늘어났다"며 "경기침체로 한국 관광객들도 많이 줄었었지만 최근 많은 한국인들이 프라하를 다시 찾고 있다"고 했다.
◆ 지정학적 장점, 유럽내 허브로 부상
체코가 주목받고 있다. 지정학상 유럽의 중심에 위치한 만큼 유럽 수출 기업들의 중심지(허브)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체코 재무부는 유로존 위기에도 불구하고 서유럽 주요국의 수출수요 증가에 따라 올해 실질 국민총소득(GDP) 성장률을 연초의 1.3%에서 1.5%로 상향조정했다.
과거 크리스탈과 같은 가내수공업이 산업의 중심이었던 체코는 1990년대 중반부터 산업 중심이 첨단, 고부가가치 분야로 이동했다.
특히 체코의 자동차산업은 중부유럽의 자동차생산 클러스터로 부상하고 있다. 인구 1000만명인 체코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은 약 100만대로 1인당 자동차 생산은 세계 1위 수준에 달한다. 관련 산업의 연관효과로 운송설비, 고무 및 플라스틱, 기계류 및 설비제품의 생산량도 급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9월 체코 오스트라바시 인근 노소비체 지역에 공장을 설립, 유럽연합(EU) 역내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2000여명의 직접고용과 함께 협력업체의 추가 고용인원 4000여명을 포함해 총 6000여명의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는 지난해 급속도로 감소했지만 올해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체코는 1993년 1월에 체코슬로바키아연방에서 체코공화국으로 분리되면서 체제전환에 성공한 후 지난해 3분기말까지 총 1159억달러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했다.
이같은 현상은 1998년 5월 투자인센티브 도입 이후 본격화됐는데 2005년대 들어 체스키 텔레콤 등 국영통신회사 매각과 제조업투자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며 116억6000만달러를 유치해 달러화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외국인 투자가 큰 폭으로 줄어 금융위기를 실감케했다. 체코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는 불과 20억 유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2008년의 813억 유로에 비하면 큰폭의 하락이다. 대형프로젝트가 경제위기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연기되기도 했다. 특히 부동산 관련 프로젝트가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이같은 프로젝트가 회복세로 돌아서 투자도 증가할 것으로 체코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필립 퓌디 코메르치니뱅크(Komercni Bank) 대기업 본부 부대표는 "중동구 국가 중 체코 경제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부정적 영향을 덜 받은 것은 고려해야 한다"며 "중장비 산업, 자동차 산업의 수출이 경기를 주도하는 체코에서는 이 산업들이 여전히 경쟁력 있고 또한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체코를 포함한 중동구 유럽은 아직 인프라스트럭쳐 상에서 많은 부분 투자가 필요하다"며 "올해와 내년에 전기, 도로건설, 주택건설 등 더 많은 투자가 인프라스트럭쳐 개발에 잠재적으로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 수출 EU 편중ㆍ실업률 높아 우려
전형적인 수출 의존형 산업구조의 체코는 서구시장 의존도가 85.7%에 달한다. 아시아는 3.7%에 불과하다. 수입도 EU지역이 68.5%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시아는 17.8% 수준이다. 특히 독일과의 교역이 전체 수출입의 각각 30.7%, 27.7%를 점유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유럽 중에서는 경제상황이 양호하지만 다른 유럽 지역의 경우 경기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아직 남아있다. 때문에 체코의 교역이 유럽지역에 편중되는 점은 우려된다. 그리스, 스페인, 헝가리 등 재정적자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는 가운데 유럽지역으로 편중된 수출구조는 변동성 확대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체코 정부는 그리스발 유로존 위기의 문제를 국지적인 문제로 인식하면서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사태의 파급수준에 따라 대외교역 부문에의 간접 영향은 의외로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높아지고 있는 실업률도 부담이다. 경기침체로 인한 고용 불안정으로 실업문제는 올해 평균 7.9%로 개선의 여지가 크지 않아 신임정부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대해 스타니슬라브 마르티넥 체코투자청 투자유치 담당자는 "올해 체코 실업률은 10% 수준이지만 내년에는 7.5~9%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체코 인력의 경우 서유럽에 비해 임금이 저렴한 점도 있지만 IT 분야의 고급 전문 인력이 많은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