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경제 상황을 보면 전반적으로 회복 기반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1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의 민간부문 성장 기여도가 7.3%에 이르는 등 민간의 경기회복력이 살아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작년부터 '금리인상'의 조건으로 내세웠던 '민간부문의 자생적 회복'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인식은 정부의 공식적인 '경기진단'에서도 드러난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발표한 '6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과 고용 호조에 힘입어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민간 부문의 고용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취업자수는 58만6000만명으로 8년1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민간부문에서만 51만7000명의 취업자수가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 고용회복을 이끌었다는 데 정부측은 의미를 두고 있다.
◆"경기만 놓고 보면 금리인상 가능..유럽 재정위기 확산으로 동결"
그러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6개월 째 동결됐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유럽발(發) 재정위기 여파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전문가들은 국내·외 경기 측면만 놓고 보면 '금리인상'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유럽경제가 불안하기는 하지만,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유럽 위기가 국내 경기에 미치는 요인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국내 요인만 보면 이번에 금리를 올려도 전혀 이상할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금통위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의 '당분간 금융완화 기조를 지속한다'는 문구에서 '당분간'을 뺀 것도 이런 인식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경기회복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생산자물가가 7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하반기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금리동결 결정은 한은이 아직까지는 위기가 재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무게중심추를 두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전 수석연구원은 "유럽의 금융 위기가 금리 동결의 원인으로 작용했고, 다른 G20국가들도 금리동결을 이어가는 만큼 중국 등 다른나라의 상황을 보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분간 금리인상 늦추면서 위기 여파 지켜봐야"
정부에서도 금리인상을 한, 두 달 늦추면서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여파가 얼마나 확산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거쳐 헝가리로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남유럽에서 동유럽으로 확산됐고, 머지않아 서유럽으로까지 퍼질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유럽 각국이 재정긴축안을 발표하고 있다.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영국 등이 직간접적으로 위기상황에 있는 나라들이 긴축재정안을 발표했고 지난 7일 유럽 정부의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도 예산절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전 유럽 경제가 긴축과 경색의 모드에 들어갔다. 그만큼 유럽 실물경기의 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런 여파는 다른 G20 국가들의 기준금리 동결로 이어졌다. 지난 1일 G20 국가들 중 가장 공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하던 호주중앙은행(RBA)은 기준금리를 향후 몇달간 동결하기로 했다. 이어 지난 3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현행 6.50%로 동결했다.
한 재정부 관계자는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하기는 하지만, 위기 여파가 아직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지는 않고 있어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