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8일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4를 공개하자 IT 업계에서 '아이폰은 사실상 국산제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고 있다. 액정화면·CPU·메모리·배터리 등 고가의 주요부품이 모두 한국산이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가 "이런 디스플레이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 아이폰4의 디스플레이(액정화면)는 한국산이다.

아이폰4용 액정화면을 만든 업체는 한국의 LG디스플레이. 아이폰 출시 직전인 이달 3일 스티브 잡스에 이어 회사 서열 2위라는 애플 팀 쿡 최고운영책임자는 아이폰4 액정 공급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을 찾았다. LG디스플레이는 그가 온 날을 '애플의 날'로 정하고 환영행사를 열었다. 애플이 최근 발표한 아이패드용 액정도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한 제품.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애플 이야기만 나오면 말이 꼬인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의 갤럭시S가 아이폰4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아이폰4의 주요 부품을 삼성전자가 만들어 공급한다. 최대 경쟁자가 최고의 고객인 셈이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플래시메모리 상당량을 삼성전자가 납품한다. 애플이 아이폰4의 CPU인 A4를 직접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애플은 스마트폰용 CPU 가운데 가장 빠른 수준(1GHz)인 A4를 설계한 회사다. 정작 A4를 생산하는 곳은 삼성전자.

애플은 아이폰4가 이전 제품보다 연속 통화가 가능한 시간이 40% 늘어났다고 밝혔다. 배터리 성능이 좋아진 덕분이다. 아이폰4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삼성SDI가 만든다. 또 아이폰4에는 삼성전기가 만든 적층세라믹콘덴서(MLCC)가 들어가 있다. MLCC는 제품 내부에 흐르는 전류의 세기를 조절하는 부품이다.

한국 중소기업 제품도 들어간다. 아모텍은 애플에 휴대폰 내부 정전기 차단 부품인 칩 바리스터를, 인터플렉스는 제품 내부 전류가 흐르는 혈관 역할을 하는 부품인 연성회로기판(FPCB)을 공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