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나로호 2차 발사 연기는 다소 급작스럽게 일어났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나로호가 8일 사전 모의점검을 무사히 마쳤으며, 예정대로 오후 5시에 발사하겠다고 이날 오후 1시 30분에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불과 30여분이 지난 2시 5분쯤, 나로호는 소방 설비에서 이상이 발생하며 발사가 연기됐다.

8일 오후 3시 현재까지 파악된 현상은 나로호 주변 소방설비에서 3개의 노즐 중 1개의 노즐에서 소화용액이 분출됐다는 것. 나로호 주변에는 고온의 화염이 분출되기 때문에, 혹시 모르는 화재등을 대비해 소화 설비가 설치돼 있다. 소화 설비 이상으로 나로호 주변에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소화 용액이 넓게 퍼졌으며, 뒤늦게 인력들이 투입돼 점검에 나섰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파악 중이다.

나로호와 기술적으로 큰 연관이 없어보이는 소화 설비 이상 때문에 나로호 발사가 연기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나로호를 비롯해 우주발사체가 발사될 때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사소한 경우에도 발사가 연기되는 관행이다. 우주 발사체는 약간의 불순물만 들어가도 폭발을 비롯한 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 극한의 기술이기 때문에 웬만한 이상이 발견되면 발사가 연기되는게 보통이다. 유럽우주국(ESA)의 아리안 5호 로켓의 발사 중단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아리안 5호는 2004년 7월 기술적 문제와 기상 상황 등을 이유로 총 3차례 발사가 연기됐지만, 2006년에도 지상 장비 이상으로 두 차례 일정을 다시 연기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오늘 나로호가 발사 가능한 시간이 4시 58분에서 5시 20분으로 약 20여분에 불과했다는 것. 오후 2시쯤에 사고가 발생해 발사 시간까지 약 3시간 정도 남은 상황에서, 사소한 사고라도 자칫 사고 수습이 늦어지면 발사 가능시간을 넘게 된다. 기술진은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8일 발사가 어렵다고 판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연료주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사가 중지됐다는 것. 연료주입은 발사 2시간 전 이뤄지며, 한번 연료주입이 됐다가 발사가 중지되면 세척을 비롯해 복잡한 기술적인 복구 과정이 뒤따른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과정없이 바로 발사체를 재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발사체에 이상이 없을 경우 다음 발사는 19일까지 예비기간 중 하루로 정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