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하는가 싶던 주식시장이 7일 다시 한 번 크게 출렁거렸다. 동유럽 국가인 헝가리의 디폴트(국가부도)위기, 미국 고용지표의 부진 등이 더블딥(경기가 회복되는 듯 보였다가 다시 침체되는 것) 우려를 고조시킨 탓이었다.
다만 하락 정도는 달랐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26.16포인트(1.57%) 빠진 1637.97에 마감했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가 3% 이상 미끄러졌고, 일본증시 역시 4% 가까이 폭락한 것과 비교하면 선방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하락 정도의 차이를 환율의 문제로 보고 있다. 유럽문제가 부각될 경우 원화 가치가 급락하지만, 반면 그만큼 수출 기업의 경쟁력은 나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유로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일본의 엔화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한국과 경쟁하는 일본의 수출 기업들엔 큰 부담이며, 이 때문에 일본 증시는 더 충격이 컸다는 것이다.
◆고조된 더블딥 우려…日 증시 3.8% 급락
일본 닛케이 평균은 이날 3.84% 떨어진 9520.80에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물론 지난 주말 뉴욕 증시 낙폭보다 훨씬 컸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가 1.64% 정도 밀렸고, 대만증시가 2.54%의 하락세를 보였다는 것과 비교해도 차이가 난다.
일본 증시의 부진은 유로화 약세에 따른 엔화의 상대적 강세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계속되면서 유로화는 달러 대비 4년래 최저, 엔화 대비로는 9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화와 함께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엔화의 강세는 그러나 역설적으로 일본 수출 기업들에 악재가 됐다. 엔화의 가치가 뛰면 일본 수출 기업들은 그만큼 가격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어 수출 기업들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친다.
◆외국인 다시 매도…영향력 떨어져
반면 한국 증시는 외국인 매도가 부담이다. 6월 들어 조금씩 매수세를 회복해 나가던 외국인은 7일엔 장 마감 기준으로 2634억원을 내다팔았다. 외국인 매도에 환율은 다시 요동쳤다. 가까스로 1100원대에 진입했던 환율은 지난 주말 1200원을 넘어서더니 이날은 1235원까지 껑충 뛰었다. 블룸버그는 달러 대비 원화가 향후 2%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기도 했다.
원화 가치가 급락(환율 급등)하면 한국 증시에 투자해 놓은 외국인들은 앉아서 환차손을 보게 된다. 추가로 원화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본다면 외국인들은 주식을 사기 힘들어진다. 같은 환율문제이지만 일본의 경우 엔고에 따른 수출 경쟁력 하락을 고민하고 한국의 경우 원화 약세에 따른 외국인 이탈을 걱정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한국의 경우 강력한 수출경쟁력 기대감이 외국인 이탈의 부정적 효과를 상당히 상쇄한 셈이다.
그럼 외국인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주식을 팔까?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체력을 믿어도 좋을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외국인은 매도우위를 나타내면서도 성장주다 싶은 종목들은 주워담았다. 대표적인 내수주로 경기 방어주 성격을 지닌 NHN(107억)과 삼성화재(97억), 아모레퍼시픽(78억)을 우선 챙겼고, 업종 대표주인 LG화학(105억)과 SK에너지(104억)에 대해서도 순매수했다.
외국인 매도에 둔감해진 종목도 나왔다. 외국인이 300억원 넘게 순매도한 하이닉스는 1% 가까이 올랐고 외국인 순매도 상위종목에 이름을 올린 기아차 역시 3% 가까이 급등했다. 외국인 차익실현의 대상이 되긴 했지만 국내 투자자들이 향후 성장성을 믿고 주저없이 베팅에 나선 결과다.
한 외국계 보험사의 자산운용본부장은 "한국 주식은 여타 글로벌 증시보다 실물 부문의 뒷받침이 잘 돼 있어 기간조정을 받으면 들어올 외국인 자금 역시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