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도루묵이 된 걸까.
우리나라 증시가 3전 4기 끝에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시장 지수에 편입된 지 10개월 가까이 지났다. 지수 가입 당시 증권가가 기대한 것은 외국인 자금 유입 그 자체보다는 '안정적인' 자금으로의 외국인 투자 성격의 전환이었다.
외국인 입장에서 신흥국은 대체로 위험투자군(群)에 속한다. 단기 핫머니에 가까운 헤지펀드 등이 언제라도 자금을 뺄 각오를 하고 들어온다. 국제 금융 위기 등의 돌발 사태가 있으면 가장 먼저 탈출하는 자금이다. 실제로 재작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에 이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우리나라에서 집중적으로 자금이 유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선진국 증시로 분류되면 신흥시장보단 안전자산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외국인의 투자자금 출입이 안정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논리는 현재 MSCI(모건스탠리 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랬을까?
외국인의 자금 유입은 FTSE지수 편입 이전인 2009년 7월부터 본격화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총 6조3000억원에 머물던 외국인순매수가 하반기들어 15조6000억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상반기 4773억원에 불과했던 영국계 자금이 지수 편입을 전후해 3조원 가량 늘었다. 상반기와 비교해 528% 상승한 규모다.
하지만 최근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불거지며 유럽자금이 빠져나가자 "과연 선진국지수 진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의 안정성 향상 효과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설령 안정성이 늘어났더라도 "1년도 안 돼 지수 효과가 다 사라진 것 아니냐"는 우려 역시 나오고 있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 증시에서 약 6조1000억원에 달하는 외국인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 중 유럽 자본이 4조2000억원으로 69.4%를 차지한다. 케이만군도 등 조세피난처에 등록된 투자자금이 2조5000억원을 순매도했다. 개별 국가로 볼 경우 영국이 2조1639억원, 프랑스 7463억원, 네덜란드 4107억원 등이다.
한 연구원은 "단순히 등록된 국적을 바탕으로 유럽계 자금쪽에 분류되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지만,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 국내 증시에서 많은 유럽 자금이 빠져나갔다"면서 "FTSE 지수 가입 효과가 무색해 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물론 현재 빠져나가는 자금은 단기투자 성격의 일부 자금이라는 견해도 있다. '선진국 효과'로 들어온 장기 자금은 움직이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위원은 "FTSE지수를 투자에 반영하는 자금은 대부분 장기투자 자금"이라며 "(유럽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매도가 있었지만, 장기투자 자금이 버티는 한 '유럽계 자금이탈이 계속된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유럽계 자금 중 상당 부분은 사실상 중동자금이며 이 중동자금은 경기를 크게 타지 않는 장기투자금"이라며 "FTSE지수의 효과가 사라졌다고 섣불리 말하긴 어렵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유럽자금이 빠져나가는 움직임이 단시일 내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투자금의 매도세가 시작되면 오랫동안 지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장기 자금 역시 마찬가지. 전체적인 펀드 자금의 이탈이 계속된다면 어쩔 수 없이 자금이 유출될 수밖에 없다. 선진국 펀드의 자금 유출입이 신흥시장보다 안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의 남유럽 재정위기 같은 근본적인 변화가 올 경우 다소의 자금 유출은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대우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일단 자금의 방향이 정해지면 짧게는 2~3년, 길게 보면 4~5년 동안 이어지는 성향이 짙다"며 "3~5년 정도 유럽계 자금이 꾸준히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이 경우 사실상 FTSE지수 효과가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로화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고 유럽의 상황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FTSE지수는 FTSE인터내셔널에서 발표하는 세계 주가지수로 유럽계 글로벌 대형투자펀드들이 주요 투자 지수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유럽자금을 받는 데 유용한 통로로 인식되어왔다. 일반적으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이어 영향력이 큰 투자지표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