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Foxconn)이란 회사를 아시는지요? 한국에 삼성전자가 있다면, 대만에는 '폭스콘'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강한 기업입니다.

삼성전자는 LCD패널, 메모리반도체 등의 고가의 주요 전자부품과 함께 TV, 냉장고, 세탁기, 휴대폰 등 완성제품을 만들면서 세계를 이끌고 있습니다. 휴대폰은 노키아, 반도체는 인텔에 이은 2위지만, '종합 파워'로 따지자면 세계 1위라고 해도 딱히 '토'를 달 외신 기자들은 없을 것입니다.

폭스콘은 홍하이라는 대만 기업의 자회사입니다. 홍하이는 EMS 시장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입니다. EMS가 뭐냐면, 전자제품의 위탁 제조 서비스입니다. 예컨데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폭스콘이 애플 대신 만들어 줍니다.

애플 뿐만 아닙니다. 델, 휴렛팩커드(HP), 소니, 닌텐도 등 세계적인 제조업체들의 PC나 TV, 게임기 등을 수주받아 위탁 제조해 납품합니다. 홍하이의 직원수는 무려 80만명(이 가운데 폭스콘은 약 45만명)입니다. 매출은 100조원 가까이 됩니다.

폭스콘에서 최근 종업원 12명이 자살을 시도했고 10명이 사망했습니다. 말들이 많습니다.
첫번째 분석은 '80년대 이후 출생한 중국 젊은 농민세대의 유약함'입니다. 중국 정부는 80년대 이후 '한자녀 정책'을 폈습니다. 80년 이후 출생자들은 가정에서 조부모와 부모 등 4명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성장했습니다.

농촌의 척박함 속에서도 삶의 고단함을 덜 느끼며 성장했고 이들이 사회 생활을 시작하며 삶의 무게(?)에 좌절한다는 분석입니다. 폭스콘의 자살자 10명은 모두 10대후반~20대 초반으로, 80년 이후 출생자입니다.

'해도 해도 너무한, 가혹한 노동 환경'이 두번째 분석이지요.
폭스콘 종업원의 기본급은 900위안(약 16만원)입니다. 최저임금 수준입니다. 폭스콘은 중국의 다른 공장들과 비교해서도 임금 수준이 낮은 편입니다. 또 군대식 기숙사 체계였다고 하구요.

상해의 농촌출신 노동자는 일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지하에 있는 약 20평방미터의 종업원 숙사에 10명 정도와 함께 살아요. 양복을 입고, 번쩍번쩍 빛나는 구두를 신은 상해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내가 가진 것은 국산 휴대폰 밖에 없어요. PC도, 최신 휴대폰도 갖고 싶지만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어요."고 말했습니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을 이끈 노동력은 대부분 '젊은 농촌 출신'입니다. 자살한 종업원도 대부분 농촌 출신입니다. 이들은 농촌에서 돈을 벌러 도시로 온 케이스입니다. 대부분 중학교, 고등학교를 마쳤고, 이들은 '금의환향'이라는 '꿈'도 있습니다.

자살한 이유가 이들이 유약한 세대이기 때문이든, 가혹한 공장 환경 탓이든, 누가 감히 스무살의 젊은 나이에 공장살이를 못견딘 이들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10번째 자살자가 나온날, 정확하게는 그 전날 홍하이의 회장이 기자 회견을 했습니다.

그는 "사망한 9명의 유족에게 애도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40만명 이상 되는 종업원의 수를 고려해볼 때 9명이 많다고 할 수는 없다. 9명은 다들 입사 반년 이내의 종업원으로, 업무상 스트레스가 (자살의) 원인이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홍하이(폭스콘의 모회사)는 대만의 최대 상장 기업이면서 '비밀주의'로도 유명합니다. 결산설명회는 열린 적이 없고, 사장도 이날 기자회견 때 자신의 말만 전하고 질문은 하나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폭스콘에 대한 비난이 들끓자, 홍하이는 임금 인상 카드를 빼들었습니다. 무려 30% 인상입니다. 900위안에서 1300위안(약 21만 5000원)으로요. 그것도 처음엔 20% 인상해 1200위안으로 하려다, 100위안 더 올려줬습니다.

하지만 폭스콘 자살 사태에서 더욱 눈길이 가는 건 애플, 델, HP, 소니, 닌텐도 등 주요 고객사들의 모호한 태도입니다. 이들이 직접 폭스콘을 압박한다면, 폭스콘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다들 서둘러 현장 조사단을 보내고 있긴 하지만, 폭스콘의 문제점을 지적한 곳은 아직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 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입을 열었습니다. 잡스 CEO는 말했습니다.

"Not A Sweatshop"(스윗숍은 '노동력 착취 공장'이란 뜻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을 받으며 노동하는 작업장을 의미함. 즉, 폭스콘에서 노동력 착취하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의미). "It's a difficult situation. We're trying to understand right now, before we go in and say we know the solution."(로이터 기사의 멘트를 재인용했음)

애플의 아이패드(iPad)가 예상보다 빠르게 엄청난 속도로 팔려나가는 상황에서 폭스콘에서 혹시 생산 차질이라도 생긴다면 애플이 받을 타격은 적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폭스콘을 두둔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일까요?

따지자면, 폭스콘의 자살 사태 시작점에는 애플이 있었습니다. 작년 7월 폭스콘에서 당시 25세의 종업원이 투신 자살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종업원은 '애플의 아이폰 차세대 제품의 샘플 분실 혐의'를 받고 있었습니다.

샘플 분실이 뭐 그리 대단하냐구요? 애플의 마케팅은 철저한 '비밀주의'입니다. 차기 제품이 나올때는 '007 작전'을 방불케 합니다. '짜잔'하고 잡스 CEO와 함께 단상에 오르면서 판매 몰이를 시작하죠. 그런데 샘플을 분실했다니, 얼마나 큰 죄(?)였겠습니까. 즉, 애플도 이번 자살 사태의 책임론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애플은 원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아이패드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가 지난 2월 아이패드의 부품 원가 분석을 한 적이 있습니다. 최저가 제품(저장용량 16기가바이트+와이파이 기능만 있고 3G기능 없음)이 499달러인데, 원가는 229.35달러밖에 안 합니다. 최고가 제품(저장용량 64기가바이트+와이파이와 3G 기능 있음)은 829달러인데 원가는 344.95달러에 불과합니다. 절반도 안돼죠.

물론 증권 전문가들은 '역시 최고 수익 회사 애플'이라며 환호성을 지를 대목입니다. 팔때마다 엄청난 수익이 난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아이패드를 조립하는 폭스콘 종업원들은 두달 기본급을 모아도 아이패드의 최저가모델 한대를 못 삽니다.

1996년 미국 잡지 '라이프'에 실렸던 나이키의 축구공을 꿰매고 있는 12세 소년.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폭스콘과 애플을 보며 나이키 생각이 자꾸 드네요. 1996년 미국 잡지 '라이프'에 실린 한 장의 사진. 파키스탄의 12살 정도 어린이가 쭈그리고 앉아서, 멋진 나이키 축구공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 어린이는 하루 2달러를 받고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전세계에서 나이키의 노동 착취를 문제삼았고 불매 운동이 일어났으며, 나이키는 기업이 휘청 거릴 정도의 타격을 받았죠. 그후 나이키는 사회 공헌 활동을 가장 열심히 하는 기업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와 관련한 기사를 찾아봤더니, "어젯밤 당신이 150달러를 주고 샀을지도 모르는 나이키 신발을 만든 사람이 12살 난 파키스탄 어린이이며, 그 아이가 하루에 받는 돈은 2달러에 불과하다."(경향신문, 2009년 11월 1일, 여적 '공정무역거리', 박성수 논설위원)라는 표현이 있군요.

그럼 이런 말을 해도 될까요?
"어젯밤 당신이 499달러를 주고 샀을지도 모르는 애플의 아이패드를 만든 사람은 20살 먹은 중국의 젊은 농촌 노동자이며, 그 젊은 노동자가 하루에 받는 돈은 37.5위안(약 6700원)에 불과하다."(월 기본급 900위안을 24일 근무한다고 상정하고 나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