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까지만 해도 6·2 지방선거에서는 세종시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가장 큰 핵심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었지만, 지난 3월 26일 천안함 사태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천안함 침몰부터 북한 공격설 확인에 이르는 과정이 지방 선거 모든 기간의 분위기를 지배하기 시작한 것.

하지만 지방 선거가 끝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은 선거가 끝나면 그동안 물밑에서 매만지고 있던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을 놓고 다시 치열한 공방이 벌일 전망이다.

특히 세종시 수정안 국회 통과를 추진하는 한나라당 주류는 선거 직후인 6월 내에 법안 통과시키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방선거 결과에 세종시 법안의 통과여부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논란의 많지만 사업 성격상 정치 바람을 덜 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여당 압승하면 세종시 수정안 처리 탄력받을 듯

정부는 지난 3월 세종시 수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해 놓았다. 세종시 수정안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와 상임 위 내에 설치된 법안 소위를 통과하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다. 법사위를 통과하면 본회의에 상정돼 결론이 나온다. 법안을 제출한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일단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면 정부 차원에서 6개월 내에 세종시 기본계획과 개발계획을 확정하고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방 선거 결과가 여당의 압승으로 결론이 나면 세종시 수정안은 탄력을 받아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여당 내부에서 정부안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는 박근혜 전 대표가 한 발 뺀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여서 선거 승리에 대한 모든 공(功)은 여권 주류(主流)의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친박계의 좌장이었던 김무성 의원도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취임한 상황이어서 세종시 수정안이 6월 국회에서 추진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전망이다.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은 "신임 원내대표단도 구성됐고, 충청지역 주민들이 세종시 수정안의 타당성에 대해 조금씩 이해를 넓혀 가고 있어 지방선거 국면이 지나면 6월에는 (한나라당의) 당론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운찬 총리도 역시 충청지역 언론인들과의 간담회에서 "6월 국회에서 세종시 문제가 꼭 처리됐으면 한다.

그동안 세종시 수정에 대해 합리적인 입장을 표명해온 김무성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돼 기대가 크다"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있다. 그러나 충청권에선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커 선거 이후 앞으로 지역 민심을 어떻게 끌어 앉느냐는 별개의 과제로 남는다.

◆야당 승리·무승부면 세종시 장기화 불가피

선거결과가 야당 압승으로 판가름나면 세종시 수정안 처리는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전 대표도 '원안 고수'입장을 더욱 강력하게 주장할 가능성이 크고, 충청권에서도 야당 후보들이 모두 차지할 경우 국회에서 무리하게 세종시 수정안을 처리하기 어렵다는 것.

국토해양위 소속의 한 여당 국회의원은 "세종시가 지방 선거의 이슈는 아니었지만, 야당이 압승하면 박 전 대표의 목소리가 더 강해지는데 무리해서 수정안 통과를 시킬 수 있겠느냐"며 "특히 수도권에서 야당 단체장이 대거 등장하면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 찬성 여론을 조성하는 것도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결과가 여·야의 '무승부'로 끝날 때도 세종시 법안 처리는 추진동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16개 광역단체장 중 여당이 6~8곳 정도를 차지하고, 수도권 3곳 중 1곳 정도를 야당이 차지하는 상황이다. 이 때도 여당 주류는 6월 법안 통과를 주장하고 나오겠지만, 쉽지는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박근혜 전 대표를 설득할 명분도 딱히 없어진다. 친박계의 동의 없이는 법안 처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여권 주류는 박 대표 설득하는데 시간과 공을 쏟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지방 선거 결과가 한나라당이 지방 선거에서 압승하지 않는 이상 세종시 수정안이 6월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 세종시기획단 관계자는 "정부는 법안을 국회로 넘긴 상황이어서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하지만 세종시 논란이 한도 끝도 없이 장기화되면 경우 사회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국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빨리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 야당 후보 찬성하는 곳도 있어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세종시와는 다소 사정이 다르다.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4대강 살리기'사업은 민주당이나 환경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 선거에서 승리한 한나라당이 '4대강살리기' 사업에 대한 국민적 추인이라는 명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야당이 압승한다고 하더라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큰 문제 없이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철저하게 반대하고 있음에도 왜 이런 전망이 나올까. 우선 야권 후보들 사이에서도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당장 민주당의 경우 전남 도지사 후보로 나선 박준영 후보는 수질 개선과 뱃길 복원을 위한 영산강 살리기 사업은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 박 후보는 영산강·섬진강 살리기 사업 외에도 탐진강 살리기 사업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당의 텃밭인 전남에서부터 민주당의 당론과 개별 후보들의 이해관계 달라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은 적다.

◆국책사업 지방 단체장이 중단시킬 권한은 없어

다른 지역은 야당 후보들이 4대강 사업에 대해 '즉시 중단'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안희정 민주당 충남도지사 후보는 "금강정비사업은 재검토돼야 하고 예산은 민생예산으로 활용할 것이다. 4대강 사업 대신 지천과 소하천 개선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북도지사로 출마한 홍의락 민주당 후보와 유성찬 국민참여당 후보,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중단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선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4대강 살리기가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국책사업이어서 지자체장이 결정권도 없다"며 "자치단체장이 반대하더라도 중앙정부에 협조를 하지 않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100% 정부 예산 사업인 만큼 사업비를 전용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 역시 법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은 국가하천에 대한 사업이기 때문에 국토해양부 장관이 사업주체다. 지자체가 담당하는 일부 사업 역시 단순한 준설 공사 등에 한해 대행을 맡겼을 뿐이라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4대강 사업을 중단시키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6월 현재 4대강 사업 전체 공정률은 15.6%. 핵심사업인 16개 '보'의 공정률은 31.3%로 이른다. 4대강 사업 중단은 결국 '보 철거'를 의미하는데 지방 선거에서 야당이 압승하더라도 사업을 중단하고 보를 뜯어낼 수는 없을 것으로 국토부는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