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김중겸 사장이 계동사옥에서 원전건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 가격이 올라 건설사들이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돈 번 사람은 건설사가 아니라 '땅 주인'입니다. 정부의 주택 정책이 바뀌면서 어쩔 수 없이 서둘러 아파트 분양을 해야 하는데, 땅 주인들이 값을 올려버리니 분양 가격도 덩달라 올라간 측면이 큽니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은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 출범을 기념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사장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에둘러 드러냈다.

정종환 장관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건설업체들이)그동안 아무 데나 집 지으면서 분양가를 우려할 만한 수준까지 올려놓았고 투기 수요까지 가세했다. 그런데 이제 약기운(투기수요)이 떨어지니까 금단 현상이 나타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사장은 또 "죽을 기업은 죽어야 한다"는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일시적인 자금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체들을 재무적인 요인만으로 판단해 퇴출시켜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중겸 사장은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 1위인 현대건설의 최고경영자(CEO)이면서 대형건설사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 국토해양부뿐 아니라 청와대까지 나서서서 건설업계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를 밝히고 있는데요.
"현대 정부가 공기업을 비롯해 모든 분야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건설업계만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금융권에서 알아서 잘할 것으로 봅니다. 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모든 건설사를 살릴 수도 없겠지요. 하지만 구조조정에서 시기 조정은 다소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건설사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중요한 사업(4대강 살리기 사업·보금자리주택 건설 사업)을 모두 담당하고 있지 않습니까. 또 주택사업에 치중하고 있던 중소 건설사들은 퇴로가 없는 상황입니다. 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도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정부에선 건설업계 구조조정과 관련해 "죽을 기업은 죽어야 한다"고 합니다.
"한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불가피하겠지요. 하지만 건설사에 대한 가치를 재무적인 개념만 적용해서 퇴출 기업을 정해서는 안 됩니다. 현재 건설사들은 자금의 '미스매칭' 때문에 재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건설사의 가치는 기술력, 국내외 건설 시장에서 쌓은 경험, 브랜드 등 여러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리비아에서 대수로를 건설하고 원자력발전소까지 짓던 동아건설이 구조조정 대상이 되면서 이 기업이 해외건설 시장에서 쌓아 놓은 모든 것이 사려져 버린 사례도 있습니다. 특히 해외건설 시장에선 건설사들이 쌓아 놓은 '경험적 가치'는 돈 주고도 사기 어려운 소중한 가치입니다. 재무적인 요인만으로 이런 기업을 퇴출시킬 경우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가 있다는 점을 금융권에서도 충분히 고려해 줬으면 합니다."

― 대형건설사 입장에선 중소건설사들이 일부 구조조정되면 오히려 반사 이익을 누릴 수도 있지 않습니까.
"중소건설사 몇 개가 퇴출당한다고 해서 외형이나 기술력에서 월등하게 앞서 있는 대형건설사들이 누릴 수 있는 이익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중소업체들이 부도가 나기 시작하면 협력업체와 전체 건설업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대형 건설사도 피해를 볼 수는 있지요. 그런 점에도 중소건설사도 함께 살아야 합니다."

― 건설사들이 아파트 분양 가격을 높게 책정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가 지금은 주택 경기로 분양가를 올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고분양가로 돈을 번 곳은 건설사도, 시행사도 아닌 '땅 주인'들입니다. 예컨대 2007년 제가 현대건설 주택본부장을 맡고 있던 때 얘깁니다.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건설사는 빨리 분양을 해야 하는데, 일부 땅 주인들이 땅값이 엄청나게 올려 불렀습니다. 초기에는 땅 주인들이 3.3㎡(1평) 당 50만원에 팔았는데 나중에는 일부 땅 주인이 700만원까지 올린 겁니다. 이 땅을 못 사면 건설사는 이자만 한 달에 20억원씩 내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비싸게 땅을 사서 780만원에 분양해야 할 아파트를 920만원에 분양한 적도 있습니다. 아파트 가격에서 땅값 비중이 지나치게 크고, 이 때문에 분양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이미 정부도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 정부가 지난 4월 일부 주택에 대해 DTI(총부채상환비율) 풀면서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를 일부 완화했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도움이 전혀 안 된다고 볼 수는 없지요. 하지만 DTI 적용을 받지 않으려면 연소득이 4000만원 이하여야 하지요. 연봉이 이 정도면 대기업 신입 사원들 정도가 대상이 되겠지요. 이 정도로는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현재 주택담보 대출에 대한 규제는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이 제도가 주택 시장의 자금 흐름을 지나치게 막아 주택 거래 자체가 실종된 측면이 있습니다. '투기'를 막기 위한 제도가 '투자'까지 막아서는 안 됩니다. 정부에서도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건설업계의 고충도 헤아려 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