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인 런치위드엠(Lunch with M)이 지난 7일 독자 4명을 초청, 가치투자의 대가(大家)로 불리는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과 만남을 가졌다. 가치투자에 매료돼 이 부사장이 운용하는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에 2006년 펀드 출시 때부터 가입하고 있다는 회사원 권화중씨, 이 부사장을 만나기 위해 수업을 제쳐두고 이날 오전 대구에서 KTX를 타고 올라온 대학생 박병준씨, 대학생 때부터 이 부사장의 가치투자 책을 보며 주식 공부를 해왔다는 회사원 김택형씨, 그리고 자녀들의 교육비와 내집 마련 때문에 가치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주부 양점숙씨 등 참가자들의 이력도 다양했다.

이 부사장은 "나는 스키·수영·골프·컴퓨터도 잘 못하고 지난 22년간 주식만 해왔는데, 아직도 주가가 올라갈지 떨어질지 모르겠다"며 "주식은 정말 어려운 것 같다"고 입을 뗐다. 하지만 주식, 부동산, 자녀 교육, 직업 선택 등 분야를 넘나드는 참가자들의 질문에 대해 그는 가치투자의 대가답게 시원스럽게 답변해줬다. "가치투자를 생활 속에 녹여서 실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부사장은 "어린이 날 인기가 많은 어린이공원에는 절대 안간다. 옷도 기다렸다가 30% 세일할 때 산다. 왜 비싼 돈을 주고 사나. 마음에 드는 구두는 한 번에 두 켤레씩 사고, 한번 사면 10~20년씩 같은 브랜드 제품만 쓴다. 88년 공채로 들어온 이 회사도 23년째 계속 다니고 있지 않나"라고 답해 웃음바다가 됐다. 남들에게 인기가 없을 때 소외된 종목을 싼 가격에 사서 제값을 받을 때까지 오랫동안 기다리는 게 그가 말하는 가치투자전략이다.

투자 고수와의 점심에 참석한 독자 양점숙·권화중·박병준·김택형씨(왼쪽부터).

―주가지수가 떨어질수록 가치투자자들은 매수에 확신을 갖는다는데 정말 그런가(대학생 박병준씨).

"2008년 코스피지수가 1400~1500까지 떨어지자 지금이 매수할 기회라는 자신감이 생기더라. 하지만 900~1100까지 떨어지니까 겁이 났고 펀드에도 자금이 안 들어왔다. 겁이 나는 바로 그 순간이 바닥이었던 것이다. 너무 두려워서 아무도 안 살 때, 인기가 없을 때 싸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사야 한다.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비싸면 절대 사지 않는다."

이어 "가치투자할 때 기업의 내재 가치만 볼 뿐 '업황'을 보지 않는 게 맞느냐"는 회사원 김택형씨의 질문에 이 부사장은 "업황이 너무 좋으면 주가가 비싼 법"이라며 "업황이 나쁘면 좋아질 일만 남았기 때문에 업황이 안 좋다고 생각하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주식시장에 대해 "방향성 없이 상승과 하락이 혼재된 증시"라며 "연말쯤이면 유럽사태가 한고비 지나고 내년에는 증시가 우상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치주 중 거래량이 적은 주식이 있는데 나중에 팔기 어렵지 않나.(회사원 권화중씨)

"거래량이 적은 주식들이 바로 인기가 없는 주식들이다. 대부분의 일반 주식형 펀드는 쉽게 매매할 수 있는 유동성이 높은 주식만 선호한다. 이 때문에 유동성이 적은 주식의 주가 디스카운트(할인) 비율이 높기 마련이다. 주가가 6만원일 때 매수한 롯데칠성의 경우 당시 10~100주밖에 거래가 안 됐다. 하지만 주가가 30배 가까이 오르면서 하루 몇 만주씩 거래됐다. 결국 오랜 세월이 지나다 보면 주가와 기업의 가치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유동성이 없어서 주식을 안 사는 것은 이혼이 두려워 결혼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7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2시간여 동안 열린 런치위드엠에서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주가 폭락으로 환율 등 경제 환경이 바뀌면서 가치주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으며 아직도 살 만한 가치주들이 시장에 널려 있다"고 말했다. 런치위드엠이 끝난 후 4명의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자산도 인생도 모두 가치투자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는 소감을 밝혔다.

―자녀들을 위해 10년 이상 펀드에 장기 투자하겠다는 생각이다. 어디에 투자를 하면 좋을까? (주부 양점숙씨)

"자녀들이 어릴수록 장기 투자에 나서야 한다. 나도 아이들 이름으로 1500만원씩 펀드에 가입했다. 국세청에 신고하면 미성년자 자녀에겐 1500만원까지 10년씩 세금을 내지 않고 증여할 수 있다. 꼭 펀드가 아니더라도 부동산이나 우량 주식을 아이들 이름으로 10년씩 장기 투자하는 게 좋다고 본다. 사업이든 주식이든 이 세상에 대박의 시대는 지나갔다. 불확실한 시대인 만큼 원화 자산만 가지고 있는 것도 불안하다. 따라서 해외에 50%, 국내에 50%씩 분산하는 게 좋다. 해외 펀드 중 5분의 1가량은 원자재에 넣되, 딱딱한 것(철 등)과 부드러운 것(물·석유 등)을 섞어서 투자해야 한다. 남은 해외 쪽 자산 40%는 선진국과 신흥국에 절반씩 투자하고, 신흥국 중 절반은 중국에 넣어두는 게 좋다. 국내 쪽은 결국 투자 성향에 맞춰야 한다. 노후나 자녀용이라면 배당주와 가치주 펀드를 국내 투자분의 60~70% 비중으로 가져가고, 나머지는 적극투자형으로 넣는 게 좋다."

"개인적으로 재테크를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권화중씨의 질문에 이 부사장은 "거주하는 집 외에 나머지 여유자산을 모두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새로 투자에 나선다면 주식에 100% 투자하고 싶다"고 했다. 부동산·주식·현금(예금)에 3대3대3으로 투자하는 것을 일반적인 기본 원칙으로 지키되, 부동산 대신 땅을 많이 갖고 있는 기업의 주식에 30% 투자하고, 현금(예금) 대신 1년에 4~5%씩 배당을 주는 현금에 가까운 주식에 30%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대학 학과나 직업을 선택할 때에도 가치투자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겉만 번지르르한 아파트를 선택하지 말고 대지 지분을 반드시 확인해서 10~20년 후 가치가 얼마나 될지를 판단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등기를 떼어보면 99㎡(30평)짜리 아파트인데 대지 지분이 10㎡밖에 안 되는 아파트가 있습니다. 몇 십년 후 대지 지분이 적으면 천재지변이 나거나 재건축 등을 할때 제값을 못 받을 수 있어요. 99㎡짜리 아파트라면 지분이 33㎡ 정도 되는 게 적합합니다." 그는 "학과나 직업도 너무 붐비지 않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0년 전 중국어과나 러시아과에 가려고 하지 않았는데, 지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지 않느냐는 것이다.

방송다시 보기: business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