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은 인터뷰 내내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질문에 답했다. 잡다한 수식을 하지 않는 화법처럼 김 회장의 접견실도 장식이 화려하지 않고 인테리어가 단순했다. 전체적으로 베이지색 톤으로 차분한 느낌이었다.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담배를 5~6개피 피웠다. 술은 “지금까지 내가 마신 술이 유조선으로 5~6척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몇 년 전부터는 술을 끊었다”고 했다.

외부에는 카리스마 넘치고 강한 이미지로 알려졌다. 하지만 직접 만나보니 유머와 위트가 넘치고 다정다감하고 부드러운 이미지가 외부와 알려진 인상과 전혀 달랐다.

인터뷰에서 2007년 소위 '북창동 폭행 사건'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다. 김 회장은 여전히 그 사건으로 세간이 알려진 자신의 이미지를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인터뷰 기자에게 "이미지 관리 좀 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하는지 좀 묻고 싶다"고 했다.
김 회장은 천안함 유가족들을 한화에 취직시켜주기로 했다는 기사 관련 댓글을 소개했다."150여개 넘는 댓글 중에서 가장 재미 있게 읽었던 것은 '김 회장이 대통령이었으면 조폭같은 김정일을 끌고와서 지하실로 데려가 두드려 팼을 것이다'는 글이었다. 물론 '시원스러운 김회장 이미지 답게 신선하다'는 좋은 내용이 훨씬 더 많았다. 하여튼 이런 강한 이미지를 빨리 벗어야 며느리도 볼 텐데 걱정이다."

북창동 사건을 언급할 때는 그의 강한 부정(父情)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그 사건 이후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아들에게 “너를 너무 사랑하다 보니 표현을 내 식대로 해서 너까지 피해를 보게 했다. 살아가면서 풀어보자”고 했다고 한다.

그는 “돌아가신 아버님이 그렇게 손자를 보고 싶어했는데, 살아생전에 손자를 안겨드리지 못해서 너무 안타까웠다"고 했다.

김 회장은 아들 자랑도 아끼지 않았다. 장남은 공군 장교로 전역했고 둘째는 공군 장교로 복무 중이다. 셋째 아들은 아시안게임 승마선수로 출전해 금메달을 따서 병역면제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김 회장은 “공군의 경례 구호는 ‘필승’인데, 세 아들이 나란히 내 앞에서 경례를 한 적이 있는데 첫째와 둘째는 모두 ‘필승!’이라고 하는데, 셋째는 ‘면제!’라고 했다”며 “그 정도면 충분히 사회를 헤쳐나갈 수는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첫째와 둘째를 보면 군대는 아이들이 하버드대학에서도 배우지 못할 것들을 가르쳐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화그룹이 가지고 있는 춘천의 제이드팰리스 골프장에 얽힌 일화도 소개했다. 그렉노만이 설계한 골프장 이름에 ‘제이드(jade·옥)’를 넣은 건 실제로 골프장 건설을 위해 땅을 팔 때 절반이 옥으로 돼 있는 큰 바위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그 옥을 허가없이 반출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골프장에 쏟는 정성은 재계에서 유명하다. 조만간 개장을 앞두고 있는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 골프장을 건설할 때도 그의 까다로운 주문사항이 모두 반영됐다. 김 회장은 "잔디를 항상 푸르게 하려면 땅을 깊게 파서 완전히 뒤집다시피 해야 하는데, 담당자들이 비용 때문에 다른 골프장과 비슷한 수준으로만 땅을 파려고 하길래 완전히 땅을 뒤집어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 골프장은 애니카 소렌스탐이 설계한 최초의 골프장으로도 유명하다"고 소개했다.

김 회장은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달리 소탈하고 다정다감했다. 그는 인터뷰에 배석한 기자들이 기사 마감 때문에 점심식사를 하지 않고 자리를 뜨려하자, "20~30분 늦었다고 설마 일을 못하겠느냐. 식사를 하고 가라"며 끝내 손을 붙잡았다. 인터뷰에 배석했던 장일형 부사장은 "가까이서 모시면서 느낀 것은 참 다정다감한 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