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합동 개발의 대명사인 공모형 PF사업이 전면 중단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총 사업비만 5조 원 이상에 달하는 경기 판교신도시의 '알파돔시티(alphadom city)'는 현 상태로는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 사업규모를 전면 재조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11일 "사업자 공모 당시 계획했던 분양가가 부풀려져 있다고 보고 현 시세에 맞게 재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교 알파돔' 조감도

◆판교 알파돔 "숫자가 안 나온다"

알파돔시티는 현재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아 사업이 계획보다 1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한데 금융권들이 "현 시점에서는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며 돈줄을 죄고 있기 때문이다. 알파돔시티는 사업 규모를 당초보다 축소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상업시설 가격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용역 결과에 따라 상업시설 비중을 줄이든지, 사업규모를 줄이든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알파돔시티는 이와 관련 지난주에 이사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알파돔시티 사업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구 한국토지공사)가 민주당의 김성순 의원에게 제출한 '성남판교 복합단지 PF사업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알파돔시티는 지난해 3분기부터 주거시설 900여 가구를 분양할 예정이었다. 또 중심상업블록의 백화점, 멀티플렉스, 할인점 부지는 작년 4분기에 매각할 방침이었지만 각각 올 6월, 내년 상반기 이후로 늦어졌다.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사업계획서를 짤 땐 '숫자(이익)'가 나왔는데 막상 자금을 투입하려고 하니 숫자가 안 나와 선뜻 돈을 넣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계획을 짠 시점(2007년)과 자금 투입시점에 3년이라는 시간 차이가 있다 보니 이 기간 동안 부동산 환경이 악화되면 자금을 투입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나치게 비싼 땅값이 문제

판교 알파돔시티 상업시설의 사업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땅을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매입했기 때문이다. 알파돔시티의 총 사업비는 5조671억 원. 이 중 땅값이 2조5580억 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알파돔시티의 토지 감정가격은 3.3㎡당 3300만 원선. 그러나 사업자가 써 낸 가격은 3.3㎡당 7000만 원으로 감정가의 2배가 넘는다. LH가 초기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땅 값을 비싸게 쓴 업체에게 사업권을 주겠다고 해 업체간 경쟁이 과열됐기 때문이다.

땅을 비싸게 사다보니 수익을 남기려면 상대적으로 일반 분양 면적이 많은 상업시설의 분양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게 된다.

문제는 분양가격이 올라가면서 분양을 해도 모두 팔릴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일반인에게 분양하는 알파돔 주상복합 상업시설은 지하 1층~지상 3층으로 구성돼 있고 분양가는 연면적 3.3㎡당 3000만 원 가량이다. 이 연면적엔 지하주차장 면적 등이 포함돼 있다. 일반적으로 상가는 1층의 분양가격과 나머지 층의 분양가격이 몇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가령 1층 상가 분양가격이 3.3㎡당 5000만 원이라면 2층 상가는 2000만 원, 3층 1000만 원, 지하 1000만 원인 식이다.

상가정보업체 '상가뉴스레이다'가 현재 판교에서 분양중이거나 분양을 마친 39개의 근린상가를 대상으로 연면적 3.3㎡당 분양가 및 시세를 조사한 결과 평균 1670여만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상가 중 일부는 1층 상가의 분양가가 3.3㎡당 5000만 원을 넘는 것도 있다. 이를 알파돔 주상복합 상가에 적용해보면 1층 상가의 분양가는 3.3㎡당 최소 7000만~8000만 원이 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주상복합 상가는 전용률(전체 면적 중 전용면적의 비율)이 30~40%에 불과해 60% 안팎인 근린상가와 분양가가 같더라도 활용가치는 크게 떨어진다"며 "주상복합 상가 분양가가 3.3㎡당 7000만 원일 경우 수익을 맞출 수 있는 업종이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돔시티 "올해 1조원 PF대출 추진"

알파돔시티는 사업규모를 재조정한 뒤 올해 재무적 출자자로부터 1조 원 가량의 PF대출을 받아 사업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당장 올 7월에 납부할 토지대금 2000억 원도 마련해야 한다.

알파돔시티는 전체 조달 재원 7조9191억 원 중 4914억 원은 알파돔시티 주주들이 출자하고, 1조9879억 원은 PF를 통해 대출 받을 예정이었다. 나머지 자금은 아파트 분양·상가 매각 등 영업활동을 통해 조달한다. 알파돔시티는 아직 영업활동을 할 여건이 안되기 때문에 자기자본과 PF로 토지대금을 납부하고 공사비를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알파돔시티는 작년 말까지 8886억 원을 차입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알파돔시티는 지난해에만 6886억 원을 단기 차입했음에도 선급금 등으로 쓰면서 보유 현금이 256억 원 줄어, 지난해 말 현재 현금이 14억 원에 불과하다. 알파돔시티 관계자는 이에 대해 "600억 원 정도를 '마이너스 통장' 개념으로 빌릴 수 있기 때문에 운영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의 부동산 경기상황을 감안할 때 금융권이 쉽게 자금을 빌려줄 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LH가 어떤 담보를 제공해도 사업성이 없으면 자금 조달이 쉽지 않기 때문에 사업계획을 조정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