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등 남유럽 상황이 악화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셀(sell) 코리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7일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사상 최대 규모인 1조2459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매도액에서 매수액을 뺀 것)했다. 전날에도 7514억원을 순매도해 이틀 동안 2조원을 팔아치웠다. 올 들어 4월까지 외국인 순매수 금액(11조6000억원)의 6분의 1가량을 이틀간 단숨에 내다판 것이다.

투매에 가까운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21%(37.21포인트) 급락한 1647.5로 마감했다. 이틀간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시가총액 38조원이 사라졌다.

6일(현지시각) 뉴욕증시가 유럽의 재정위기에 트레이더의 대형 주문 실수가 겹치면서 3.2%(347.8포인트) 폭락했다는 소식에 이날 다른 아시아증시도 도미노 급락세를 보였다. 일본중국 증시는 각각 3.1%와 1.87% 하락세를 보였다.

외환시장과 상품 시장도 출렁거렸다. 그리스 총리가 이달 안에 채무를 상환할 여력이 없다는 발언을 한 후 유로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며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1.27달러로 떨어져 1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달러 강세 영향으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전날 25.8원 오른 데 이어 7일에도 14.1원 급등세로 마감했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재현되며 글로벌 투자자금이 금에 다시 몰리면서 금값은 온스당 1200달러대로 뛰었다.

하지만 이번 남유럽발 금융시장 쇼크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대지진에 따른 여진(餘震)인 만큼 작년 11월 말 두바이사태처럼 단기(短期) 충격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세 역시 조만간 일단락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외국인 차익 실현 후 돌아올 것

이번 그리스발 쇼크는 지난해 2월 동유럽 금융위기와 11월 말 두바이 사태, 그리고 올 2월 PIGS(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위기에 이은 4차 여진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최근 주가 급락세는 국내 증시가 단기 급등세를 보이던 와중에 이번 그리스발 충격이 가세하면서 하락폭이 깊어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증시의 조정국면에서 악재가 겹쳤다는 것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 매도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주가차익 실현 욕구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조만간 다시 '사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재민 KB자산운용 사장은 "최근 외국인 매도는 단기적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일부 헤지펀드들이 일시적으로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국인들이 완전히 발을 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지며 순간적인 '쇼크'가 온 것"이라며 다음 주 중반쯤이면 매도세가 진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유럽발 재정위기가 오히려 한국 등 아시아시장에는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센터장은 "남유럽의 국가 채무 만기도래액이 5월에 정점을 찍고 줄어들게 되며, 결국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향할 곳은 아시아 신흥시장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기 PCA투신운용 사장은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환율에 민감한 수출주들이 다시 부각되고, 외국인들도 환차익 기대감에 다시 주식 매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락때 우량주 매수기회 잡아라"

전문가들은 주가가 단기 충격을 보이다 다시 17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상장사들이 사상최대 이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1600선대에 투신·연기금 등 풍부한 대기 매수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의 재정위기가 깨끗하게 해결되지 않는 한, 연중 고점(1752.2)을 뚫고 올라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토러스투자증권 김승현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이 IT와 자동차주 등 값싼 대형우량주를 저가에 매수할 기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