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화업체 안토니·바이네르의 김원길(金元吉·49) 사장은 매년 5월 어버이날 즈음에 수도권 지역의 홀로 사는 노인 등을 초청해 효도잔치를 연다. 지난 3일에도 고양시 한 뷔페에서 노인 800여명을 초청, 효도잔치를 열었다. 식대와 꽃값, 가수 초청비용 등으로 4000만원이 들었다.

김 사장이 설립한 '안토니 장학회'는 매년 1000만원 이상의 장학금을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원한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운동을 할 수 없는 4명의 골프 꿈나무들을 선발해 동남아 전지훈련을 보내는 데 연간 2억원을 후원하고 있다. 매출액 330억원 규모 중소기업 사장으로는 좀 과한 규모인지 모르지만 돕고 싶은 일이 있으면 참지 못한다고 김 사장은 말했다. 천안함 사건 때는 자신이 내놓은 1000만원과 직원들이 모은 1100만원 등 2100만원의 성금을 내기도 했다.

김원길 안토니·바이네르 사장이 5일 경기도 일산 설문동의 매장에서 구두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 사장은“과거엔 이탈리아 브랜드와 기술을 수입했지만, 이젠 우리 기술로 만든 신발을 이탈리아로 역수출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선행에 나서는 건 충남 당진의 빈농(貧農)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이력과 관련이 있다. 그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산의 작은아버지 양화점에서 구두 만드는 일을 배웠다. 18세 때 가방 하나 달랑 메고 상경한 그는 서울 영등포 오목교 인근의 구두 가게에서 "밥 먹여주고 재워만 달라"며 일을 배웠다. 23세 때, 지금은 사라진 제화업체 케리브룩에 제화공으로 취직했다.

현장에서 밤잠 안 자며 배운 기술로 1984년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해 제화부문 동메달을 따기도 했다. 그러다 1994년 퇴직금 200만원과 여기저기서 빌린 돈 몇백만원을 밑천으로 차린 자신의 회사 안토니오는 처음 고전을 면치 못했다. "부도 위기에 몰렸을 땐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죽을 각오로 일하면 못할 게 없다고 용기를 냈어요."

1996년 김 사장은 이탈리아 코디바와 '바이네르' 한국 라이선스 판매권을 체결해 고급 브랜드화에 나섰고, 지금은 독자 기술로 개발한 샌들을 '안토니'라는 독자 브랜드를 달아 수출까지 하고 있다.

김 사장은 "과거엔 이탈리아 브랜드와 기술을 수입했지만, 이젠 우리 기술로 만든 신발을 역수출한다"며 "3년 안에 이탈리아에 안토니 현지 공장을 설립해 가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