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상장' 종목들이 도마에 올랐다.
우회상장이란 비상장사가 상장사와의 합병을 통해 증시에 진입하는 과정을 말한다. 실질 상장심사를 거친다고는 하지만 복잡한 상장과정을 피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으나, 부실로 퇴출당하는 경우가 잦아 지탄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우회상장 종목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퇴출당하는 우회상장 종목들
우회상장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공중부양을 선보인 사례는 매우 흔하다.
업계 1위 취업포털로 자리매김한 인크루트는 3D장비업체인 레드로버가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을 할 예정이라고 알려지면서 이달 들어 56%나 올랐다. CMS 역시 비상장 전기차업체 CT&T와의 합병 호재로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 5일만 해도 595원에 불과하던 CMS 주가는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공시가 나간 15일까지 6거래일 연속 급등했고, 이 기간에 5회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떠올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우회상장 뒤 망가져 증시에서 퇴출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9년 결산과 관련,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한 전체 38개사 가운데 에이스일렉·엑스로드·일공공일안경·네오세미테크 4개사가 우회상장을 거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를 이용해 실적 착시(錯視) 효과를 누리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고 증권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해 웨스텍코리아를 통해 우회상장을 한 아동출판업체 예림당은 지난 2월 11일 작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002%, 1403%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장 전 예림당의 직전사업연도와 비교해보면 28.32%, 37.46% 증가한 데 그친다.
◆칼 빼든 거래소
이러자 거래소가 우회상장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할 계획이었던 내비게이션 제조업체 유티엑스는 거래소로부터 "예전 경영진이 지난 2007년과 2008년 분식회계를 저질렀던 사실이 드러났다"며 상장 폐지 실질심사 대상 통보를 받은 것. 유티엑스는 비상장사인 냉장고업체 유니크대성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지난 1월 대표이사까지 유니크대성 대표이사인 이성암씨로 변경된 상태였다. 회사는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거래소는 지난달 30일 상장위원회를 열고 퇴출 판정을 내렸다.
역시 우회상장된 바이오업체 헤파호프코리아(헤파호프)도 한국거래소의 상장 폐지 도마 위에 올랐다가 가까스로 실질 심사를 피했다. 거래소는 지난달 헤파호프에 대해 분식회계 의혹이 발생했다며 22일 하루 동안 거래를 정지하고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회사측이 3분기 매출(16억7600만원)을 공시한 상태였지만, 회계법인이 제출한 감사보고서상 지난해 매출이 15억원에 불과했다는 것. 결국 거래소가 매출을 확인하면서 23일 거래가 재개됐지만, 당시 1300원이던 주식은 급락을 거듭해 28일 기준 890원대로 내려앉았다.
◆지나치다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거래소의 우회상장에 대한 감시가 지나치다는 주장도 흘러나온다. 간접적으로 실질 심사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희생양이 생겨났다는 것.
유티엑스의 경우 예전 경영진이 지난 2007년과 2008년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했던 사실이 적발됐다. 하지만 자본 잠식이나 매출 부실 등 다른 상장 폐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회사측의 항변이다.
☞우회상장
비상장사가 정식으로 상장절차를 밟지 않고, 기존 상장사와의 합병을 통해 실질적으로 증시에 진입하는 과정을 말한다. 보통 기업이 상장하려면 상장심사를 통과하고 기업공개(IPO)나 공모 등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우회상장은 이를 생략하고 주주총회 승인만으로 상장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코스닥 상장을 노리는 기업들이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