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5000억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赤字)에 시달리며 자본 잠식 위기에 내몰렸던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는 그동안 '실패한 위성방송'으로 낙인찍혔다. 2002년 3월 개국 당시 본방송 시작 전에 예약 가입자만 70만명에 달하며 '황금알'을 낳을 것이라고 주목받았다. 하지만 정작 개국 후 4년간 매년 700억~16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자본 잠식의 위기 때마다 2003년·2004년·2005년 연속 유상 증자를 실시해 간신히 부도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스카이라이프는 지난달 25일 정기주총에서 누적 적자를 완전 해소한 '2009년말 재무제표'를 의결했다. 지난 4년간 흑자를 내고, 자본금 감자(減資)를 통해 적자를 모두 털어낸 것이다.

스카이라이프 고위 임원은 "올해는 매출과 순이익 모두 두자릿수 성장을 할 것"이라며 "가입자도 폭발적으로 늘어 연내 가입자 3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미운 오리새끼에서 하루아침에 신데렐라로 변신한 비결은 무엇일까?

가입자 급증하는 스카이라이프

경기도 수원에 있는 스카이라이프 수원고객센터 신규가입자팀. 이곳에 걸려오는 신규 가입 요청 전화는 하루 700건이 넘는다.

수원고객센터의 박해경 신규가입자팀장은 "1년 전에는 하루 150건 안팎이었는데 4배 이상 늘었다"며 "요즘은 잡담을 하거나 커피 마실 여유는 전혀 없고 화장실 정도만 다녀오고 하루 종일 전화를 받는다"고 했다. 이곳의 신규가입자팀 직원은 1년 전 8명에서 20명으로 늘었어도 여전히 일손이 모자란다.

스카이라이프의 이번달 신규 가입 고객은 8만명. 작년에 늘어난 가입자가 1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한달 동안 1년치 벌이를 한 셈이다. 이것도 이달 신규 신청자수가 무려 12만명을 넘었지만, 설치 인력이 모자라 아직 설치를 못하는 바람에 8만명에 그친 것이다.

최근 하루 신규 가입 신청은 7000~8000명 정도다. KT·SK브로드밴드·LG데이콤 등 IPTV 3사의 일일 가입자 증가폭이 2000명 정도인 데 비하면 3~4배에 달한다.

돌풍의 주인공은 '쿡TV스카이라이프'라는 상품이다. 위성방송의 100개가 넘는 실시간 방송과 KT의 IPTV가 자랑하는 수만 개의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IPTV 실시간방송은 제외)를 하나로 합친 상품이다. 위성방송과 IPTV의 강점을 합친 것이다.

하지만 이런 통합 상품의 효과가 전부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지난 2년간 스카이라이프가 추진한 '고화질(HD) 채널 확보' 전략이 주효했다고 본다.

2008년 초 스카이라이프의 HD채널은 1개에 불과했다.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사장은 "당시 상황에서 볼 때 저가 경쟁으로는 케이블TV와 승산이 없다는 게 확실했다"며 "저가 상품을 못 팔게 하면서 HD를 확충하는 고품질에 승부를 걸었다"고 했다.

현재 스카이라이프의 HD채널은 61개로, 케이블TV의 30~40개를 넘어섰다. 자연스럽게 스카이라이프가 케이블TV보다 비싸지만 고급 상품이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사장은 "적자 회사에서 값비싼 HD채널 투자를 하려니 내부 반대가 심했다"며 "하지만 케이블TV와 콘텐츠 경쟁에서 한 가지라도 확실한 강점을 못 만들면 영원한 패자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 강행했다"고 말했다.

"500만 가입자 확보해 케이블TV가 장악한 유료 시장 판도 바꾸겠다"

위성방송의 부활은 케이블TV가 장악해온 유료 방송 시장을 흔들고 있다. 케이블TV는 전체 시장의 80%가 넘는 15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지난 10년간 국내 방송가입자 시장을 장악해왔다. 하지만 케이블TV는 2000년 이후 급성장하다, 최근 첫 분기별 가입자 감소를 기록하며 쇠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케이블TV업체의 한 사장은 "요즘 무서운 것은 IPTV가 아니라 스카이라이프"라며 "스카이라이프가 최근 몇년간 채널 경쟁력을 높여 이제 케이블TV 가입자를 뺏어갈 정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스카이라이프는 2012년 500만 가입자가 목표이다.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겠다는 것. 스카이라이프는 최근 삼성전자와 수십만대 규모의 셋톱박스 공급 계약을 맺었다. 예전 공급량보다 3~4배가량 늘어난 물량이다. 방송계 관계자는 "방송 시장의 경쟁력은 역시 콘텐츠라는 걸 위성방송이 보여줬다"며 "케이블TV의 아성인 아파트 시장을 잠식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