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RA(연구보조원·Research Assistance)들이 죄다 기업분석부만 쳐다보고 있으니, 우린 후임을 양성할 기분이 나겠어요?"

한 증권사 투자전략부 선임연구원은 얼마 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토로했습니다. 이 연구원의 말대로 최근 증권사 내에서 기업분석부는 러브콜을 받는 반면 투자전략부는 찬밥 신세라고 합니다.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익혀야 할 신입들이 처음부터 종목 발굴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SK증권은 리서치업무 강화를 위해 작년 말부터 몇 차례에 걸쳐 RA를 대폭 충원했는데, 대부분 기업분석부에 지원했습니다. 아예 기업분석부 내 산업별로 모집공고를 낸 하나대투증권은 계약직 1명을 뽑는 데 몇 천 명이 몰렸다고도 합니다.

같은 리서치센터 내에서도 기업분석부와 투자전략 및 시황부서는 업무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투자전략부는 말 그대로 현재 투자 환경에서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하는 부서입니다. 사내 이코노미스트(경제연구원)가 시중 유동성 및 해외 경제 여건 등 각종 거시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고서를 내면, 이를 참조해 특정 기간 내 목표주가를 산정합니다. 투자전략팀의 전망 자체가 향후 투자 심리를 가늠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기업분석부도 기업 가치를 연구해 목표주가를 산정한다는 측면에서는 이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해 보면 업무 성격이 사뭇 다르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기업분석부는 '영업'이 생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구 외 활동의 비중이 높습니다. 펀드매니저들이 일명 피티(Presentation)을 요청할 때마다 이에 응해야 할 뿐더러, 자사를 매수창구로 활용하도록 세일즈(sales)를 벌이기도 합니다. 주요 언론사와 증권정보업체가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들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고 합니다. 기업을 둘러보고 보고서를 쓰는 탐방 기회는 이들의 숨통을 트이는 시간입니다.

사실 최근 투자전략부 위신이 땅에 떨어진 것은 이들이 자초했다는 시각이 더 팽배합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급락을 앞둔 2008년 여름, 코스피지수는 마지막 불꽃을 태웠습니다. 증권사 전망은 온통 '장밋빛' 일색이었을 뿐, 누구도 자산 가격에 버블이 끼어 있다고 우려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리서치센터들은 "지수가 올해 안에 3000까지 간다"며 목청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코스피지수 1000선 붕괴와 함께 투자전략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최근 증권사들이 지수 전망에 눈을 점점 높여 가는 추세입니다. 메리츠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은 연내 목표주가 2000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실적 호재와 유동성 증가를 근거로 삼아 목표주가를 연초보다 팍팍 올려 잡는 것입니다. 과연 이번에는 이들 투자전략팀의 전망이 맞아떨어질까요. 투자전략부가 기업분석부에 밀리지 않도록 '결자해지'에 나서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