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암 침몰과 관련한 테마주 발굴 자제합시다`

A증권사 이모 연구원은 지난달 29일 인터넷을 통해 동료 애널리스트로부터 이같은 메신저를 받았다. 안그래도 주말 사이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이 침몰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마음이 무거웠던 터였다.

천안함 침몰로 대북리스크가 부각돼 주가가 급변동하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로 주말을 보낸 이 연구원은 그제서야 "하긴 이같은 악재를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있겠군"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그동안 황사나 지진 등의 자연재해, 구제역·신종플루와 같은 질병확산, 그리고 북한의 도발 등 악재가 있을 때마다 주가는 출렁거렸지만 이같은 악재가 오히려 호재가 되는 수혜주들이 있었다. 그리고 증권맨들이 수혜주 발굴에 앞장서 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사태의 본질이 좀 달랐다. 원인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지 않은 희생자가 나올 것이 뻔했고, 무엇보다 국가적 재난이라는 심각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희생자가 다름 아닌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던 우리의 아들, 동료들이라는 점도 차마 수혜주라는 이름을 꺼낼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연구원도 즉각 동의한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보냈고, 그 역시 다른 애널리스트들에게 함께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동의의 뜻을 보내왔다.

물론 증권가 사람들 모두가 애도 물결에 동참한 건 아니었다. 중소형사로 분류되는 모 증권사에서 관련 수혜주라며 리포트를 내기는 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회사 규모가 작다보니 관심이라도 끌어보려는 차원에서 낸 것 아니겠느냐"며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서도 수혜주는 있었다. 방산업체들이 그러했고, 통신장비 업체도 수혜의 대상에 들어있었다. RFID 기술을 적용한 구명조끼가 해군에 보급됐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보도에 RFID 관련주들이 급반등하기도 했다.

결국 이같은 내용이 사설 유사투자자문사나 일부 작전세력에 이용됐다. 700 서비스 등 일부 주식 유료 서비스에서는 관련 수혜주를 만들어 개별 고객들에게 고지하며 매수를 주문했다.

제도권 애널리스트들이 자제 노력을 보였다해도 작전세력에게는 이 마저도 기회가 되는 세태가 아쉬울 따름이라고 이 연구원은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