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플이 지난 분기(올 1~3월)에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냈다. 애플은 아이폰 판매 호조로 21일 지난 분기 매출 135억달러, 순이익 30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액은 약 50%, 순이익은 90% 넘게 늘었다. 게다가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는 실적 발표 후 "올해 더 특별한(extraordinary) 제품을 내놓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블룸버그

반면 실적 발표를 앞둔 국내 휴대전화 업체들은 풀이 죽어 있다. 한때 국내 휴대전화 업체들의 독무대였던 고가(高價) 프리미엄 휴대전화 시장이 애플에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잡스가 말한 특별한 신제품은 '애플TV'이거나 새로운 아이폰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어느 경우라도 한국 기업들과 '정면 대결'이 불가피하다.

애플은 '아이폰 축제', 국내 휴대전화 업체는 '초상집'

애플의 CFO(최고재무책임자)인 피터 오펜하이머는 "지난 분기 아이폰 판매량이 사상 최대인 875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131%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아이폰 판매량은 성수기 중에 성수기인 크리스마스 시즌과 맞먹는다는 관측이다. 그래서 "애플은 연말에 이어 올 들어 석달 동안에도 크리스마스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이 모두 만드는 MP3 재생기인 아이팟은 1090만대, 매킨토시 컴퓨터는 294만대가 팔렸다.

애플의 축제 같은 분위기와 달리,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초상집을 연상시킬 정도다. 올 1분기에는 삼성전자 휴대전화 부문마저 내수시장에서 이익을 못 냈을 정도다.

2008년 2분기 영업이익률 14.4% (5441억원)를 뽐냈던 LG전자 휴대전화 사업부는 올 1분기 적자를 걱정해야 할 지경까지 몰렸다. 2008년 11.2%에 달했던 휴대전화 영업이익률이 올 1분기에는 1% 이하로 떨어졌다는 평가다. 하이투자증권의 하은미 애널리스트는 "국내외 고가 휴대전화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에 밀려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팬택도 애플발(發) 직격탄을 맞았다. 2007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후 작년 4분기까지 10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애써 다진 재기의 발판이 흔들릴 지경이다.

직격탄 맞은 한국산 휴대전화

더 심각한 것은 국내 휴대전화 업체들이 최근 이렇다 할 히트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전망마저 밝지 않다는 얘기이다. LG전자의 마지막 '텐밀리언 셀러'(1000만대 이상 팔린 글로벌 히트 상품)는 2008년 11월 출시한 쿠키폰이다. 삼성전자도 '스타폰'(작년 5월 출시)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세계 주요 통신사들이 애플 편을 든다는 것이다. 한 휴대전화 제조업체 고위 관계자는 "아이폰이 점차 더 많이 팔리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통신사업자들이 국내 업체들이 만드는 고급 휴대전화보다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컴퓨터 기능을 갖고 있는 스마트폰인 아이폰 사용자들은 아무래도 일반 휴대전화 사용자보다 데이터 사용량이 많다. KT측은 "아이폰 사용자의 월간 통신요금은 5만원대로 일반 전화보다 40% 정도 많다"고 밝혔다.

통신업체들은 휴대전화를 팔 때 휴대전화기 값의 일부를 가입자 대신 내준다. 이른바 휴대전화 보조금이다. 당연히 수익성이 높은 아이폰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한다.

한국 기업, 대응책 없어 무너지나?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구글이 개발한 스마트폰용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넣은 스마트폰을 출시해 애플을 견제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이 전략은 초반부터 흔들리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운영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휴대폰에 적용하는 데 상당한 애로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올 2월 아이폰에 대응하기 위한 스마트폰 갤럭시를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출시 시기를 3월 말, 4월 말로 계속 미루고 있다.

백강녕 기자

하드웨어에 강점이 있는 우리 기업들이 보유한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이 적다는 것도 취약점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소프트웨어 인력 3000명 정도를 모집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스카우트할 대상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단기간에 애플처럼 양질의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기도 쉽지 않다. 애플은 10년 전부터 콘텐츠 사업을 양성해왔다.

그나마 우리기업들은 있는 콘텐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통신업체들이 콘텐츠 판매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사업 활성화가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소프트웨어 업체 사장은 "삼성·LG전자·SK텔레콤 등 IT 대기업들이 판매 수수료가 낮은 공동의 콘텐츠 마켓을 만들어 개발자들이 의욕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애플을 보면 '21세기 디지털 혁명'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