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시즌을 맞아 만개(滿開)하는 듯 보였던 금융주(株)가 재차 고꾸라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골드만삭스 제소라는 복병(伏兵)을 만나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20일 금융업 대표주인 KB금융은 이틀째 하락, 골드만삭스 피소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인 16일 종가보다 2.43% 내린 가격에 거래를 끝냈다. 하나금융지주는 소폭(0.4%) 반등했지만, 전날 하락(2.12%) 폭엔 훨씬 미치지 못했다. 이틀 동안 전체 은행주는 2%가량 내렸는데, 이는 이틀 동안의 코스피지수 하락폭(-1.68%)을 밑돈 것이다.
◆해외 동향에 따라 등락 거듭
최근 우리나라 금융주와 해외 금융주 간 동조화(coupling)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금융주는 원래부터도 '나비 효과'가 잘 통하는 업종 가운데 하나다. 업종 자체가 경기에 민감한 탓이다. 그런데 특히 최근 1년간은 선진국의 금융규제 정책이라는 해외 장단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른바 '볼커법(Volcker Rule),' 즉 투자은행 규모 및 단기 투자거래 제한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개혁안을 발표한 지난 1월 21일, 미국과 한국 금융주는 나란히 미끄러졌다. 미국 은행을 대표하는 필라델피아 은행지수가 나흘간 5% 가까이 떨어졌고, 국내에선 KRX 은행지수가 닷새 동안 7.2% 급락했다.
이런 동조 효과는 기본적으로 은행주 내에서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이 크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일반적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KRX은행지수 내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19일 기준)은 49.9%에 달한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 입장에선 자국에서 금융업황이 나빠지면 자연히 우리나라 은행에 대한 관심을 잃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한국금융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은행 및 투자은행의 시장점유율을 최대 10%로 제한키로 하면서 국내 은행 인수·합병(M&A)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라는 분석도 내놨다.
개별 종목별로도 해외 금융주와의 동조화 경향이 뚜렷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씨티그룹과 우리금융 상관계수(두 종목 간 연관성을 측정해 0~1 범위로 지수화한 것으로 1에 가까울수록 관계가 큰 것임)는 0.83에 육박한다. 이 회사 임일성 연구원은 "두 회사는 모두 정부가 올해 안에 민영화 수순을 밟는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 쇼크'는 단발성 악재… 실적 중요
이렇게 해외발(發) 악재가 부각될 때마다 은행주 매물이 쏟아져 나왔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내 은행에 대한 영향은 중립적이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실제 이번에 문제가 된 골드만삭스의 파생상품의 경우 국내 금융회사가 투자해 놓은 것은 없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하나대투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국내 대표 은행주들에 대해 "2분기에도 실적 개선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실적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들 금융주가 가을 바람에 이파리 마냥 내려앉은 것은 펀더멘털보다 심리 탓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부 금융업종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19일 금융주 하락 현상에 대해 "그동안 많이 올랐던 만큼 차익을 실현할 신호로 해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러스투자증권의 박중제 연구원은 "이번 주 예정된 골드만삭스(현지시각 20일)와 JP모건(21일) 실적 발표가 고비"라며 "예상을 웃돈 실적에도 이들 주가가 반등에 실패할 경우 국내 금융주에 대한 투자심리도 급랭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