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바닥권에 머물던 코스피지수를 1700대까지 끌어올리는 데 쌍두마차 역할을 해온 IT와 자동차의 힘이 눈에 띄게 주춤해졌다. 지난 6일 장중 신(新)고가를 경신했던 삼성전자는 10거래일 만에 주가가 5.5%나 빠졌다. 10만원대에서 13만원대까지 치고 올라갔던 현대차 역시 이달 초 이후 줄곧 내리막이다.
대신 금융·항공 등 그동안 부진했던 업종이 상대적으로 힘을 내고 있다. 1년 넘게 유지돼온 IT와 자동차의 주도권이 다른 업종으로 넘어가는 이른바 주도주 순환매(循環買)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IT와 자동차의 동력이 약해진 가장 큰 이유는 환율 하락 때문이다.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실적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환율이 1110원 아래로 떨어진 2000년과 2004년 IT·자동차 등 수출주가 약세를 보인 반면, 금융과 철강·금속 등 내수업종이 강세를 보였다. 넘치는 글로벌 유동성이 아시아 이머징 시장으로 몰려들고, 무역수지 흑자가 유지되면서 환율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IT와 자동차가 이미 호황을 누리고 있어 앞으로 더 좋아질 여지가 별로 없다는 점도 주도권 약화에 한몫하고 있다. 자동차 업종의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은 올 1분기 260.5%에서 2분기 1.2%, 3분기 -11.1%로 악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실적이 1분기를 바닥으로 이후 급격히 좋아졌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반도체·장비 업종의 영업이익 증가율도 올해 330%(2분기)→34%(3분기)→15%(4분기)로 급격히 낮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또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 매수세가 IT·자동차에서 금융·에너지·소재 관련주로 옮겨가면서 수급 면에서도 부담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IT·자동차를 대체할 업종으로 내수주와 환율 수혜주를 주로 꼽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양쪽에서 달러 공급이 풍부해 당분간 수출주보다는 음식료·항공·여행 등 내수주 위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주도주의 빈자리를 채우고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소재주를 어느 정도나 늘려야 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IT업종에서는 중·소형 부품주, 은행·화학 업종에서는 대형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IT와 자동차에 비해 덩치가 작은 업종으로 순환매가 이뤄지면 증시 전체의 상승 탄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동양종금 김승현 연구원은 "IT와 자동차의 비중이 절대적인 한국 시장에서 두 업종을 대신해 증시를 끌고나갈 대항마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