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은행 고객은 프랑스의 최고 명문가와 기업들로 대부분 100년 이상 거래 실적이 있는 단골 고객들입니다. 단순히 돈이 많다고 저희 은행 고객이 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200년 이상 쌓인 고객들의 신뢰가 저희 은행의 최대 자산입니다."
유럽 최초의 프라이빗뱅크라는 기록을 가진 프랑스 오탕그 은행의 올리비에 에켄로스 은행장은 "개인고객 2000여명 중엔 귀족이던 증조, 고조 할아버지대부터 저희 은행과 거래해온 고객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오탕그 은행 고객이 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
"자산 얼마 이상 이런 식의 기준은 없다. 고객의 '명망'이 유일한 조건이다. 유럽 각국의 명망 있는 가문들이 우리 은행의 고객이다. 돈의 출처를 알기 어려운 고객은 우리 은행 고객이 될 수 없다. 돈세탁이나 암거래를 도와줄 순 없다."
―대형 은행과의 경쟁에서 버티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
"차별화된 서비스의 품질이다. 예를 들면 우리 은행 고객은 24시간 중 언제라도 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궁금한 걸 물어볼 수 있다. 우리 은행 직원은 고객의 상속, 세금 문제 등 모든 업무를 다른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직접 해결해 준다. 기업이나 부자고객들은 자신의 비밀이 많은 사람에게 공유되는 걸 꺼리는데, 우리의 서비스 시스템은 고객의 비밀유지에 적합하고 서비스의 편의성 면에서도 대형 은행보다 훨씬 우월하다."
―직원 한 사람이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능력이 뛰어나야 할 텐데.
"상식을 겸비한 유능한 인재를 뽑아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게 우리 은행의 인사 전략이다. 회사를 파산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천재'를 채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요즘 대형은행 출신 경력사원을 채용 중인데, 금융위기 이후 유능한 인재를 구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200년 이상 역사에서 위기가 없었나?
"1, 2차 세계대전이 가장 큰 위기였다. 유럽경제가 황폐화한 가운데 세계 경제 중심지가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많은 부(富)의 이동이 있었다. 우리뿐 아니라 유럽 은행들에 큰 위기를 가져왔다.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유럽 경제가 다시 활기를 찾으면서 우리를 포함한 유럽계 은행들이 다시 기회를 맞고 있다."
―왜 대형은행으로 성장시키지 않았나?
"고객들의 기업 인수합병을 돕는 투자은행 업무를 하고 있지만, 우리 자신은 200년 동안 다른 은행을 인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 고객을 은행의 사유물로 보고 은행 자체를 사고 파는 식의 거래는 '충직성'을 중시하는 우리의 기업철학에 배치되는 것이다. 고객에게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과도하게 크지 않게) 적정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위험한 투자활동을 전혀 안 하기 때문에 증자의 필요성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비상장 기업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