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출시된 기아차의 스포티지R을 국내 생산공장인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최근 몰아봤다. 전남 영광까지 왕복하는 약 2시간 코스였지만, 긴 직선로부터 높낮이·굴곡이 심한 코너까지 다양한 조건으로 차량을 테스트해 볼 수 있었다. 시승 느낌과 다른 경쟁차종의 주행경험 등을 바탕으로 스포티지R의 상품성을 항목별로 분석해 봤다.

◆디자인·내외장

최근엔 험로 주행이 가능한 본격 SUV가 퇴조하고 있다. 과거엔 차가 높고 각진 형태의 SUV가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도심에서도 무난히 탈 수 있는 높이가 낮고 부드러운 스타일의 크로스오버(Cross-over)가 유행한 지 오래다.

스포티지R은 그런 유행의 최첨단에 있다. 기존 스포티지보다 90mm 길어지고 35mm 넓어졌지만, 높이는 오히려 60mm 낮아졌다. 세단의 승차감, SUV의 험로 주파능력과 여유로움, 미니밴의 공간 활용을 합친 데다 세련된 스타일까지 더해 놓은 것이다.

지난달 30일 기아차는 전남 광주공장 부근에서 스포티지R의 언론 시승회를 열었다. 스포티지R은 SUV의 공간 활용도와 여유로움은 유지하면서도 승용차의 세련된 느낌과 날렵한 승차감을 함께 구현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외형은 기아차의 패밀리룩이 완성을 향해 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호랑이코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날카로운 눈매의 전조등이 날렵하고 강인한 인상. 그러나 옆면·뒷면의 형상은 부드러우면서 양감을 강조해 독일 경쟁차와 비교해도 당당해 보인다.

사이드미러에 내장된 방향지시등과 후미등에 LED(발광다이오드)와 비슷한 느낌이 나도록 한 벌브(전구) 타입이 쓰였는데 실제 LED가 주는 고급스러운 느낌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주행성능·승차감·정숙성

2.0 디젤 R엔진에다 현대·기아차가 자체 개발한 6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 이미 투싼iX에 장착돼 호평받았던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등 구동 계통) 조합.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40kg·m의 강력한 동력성능에다 동급 최고 수준인 L당 15.6km(2WD, 자동변속기 기준)의 연비도 매력적이다.

이 정도 파워는 전세계 자동차회사의 동급 2L 디젤엔진 가운데서도 최상위 수준. 또 노면상황에 따라 승차감을 조절해주는 '진폭 감응형 댐퍼(쇼크업소버·충격흡수장치)'를 달아 매끄러운 도로에서는 부드러운 주행감을 선사하고 과격한 코너링시에는 차량의 자세를 잡아주는 '수입차 수준' 주행감을 표방했다.

그러나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공회전 상태에서는 상당히 조용하지만 엔진회전 수를 높여 급가속할 때는 '부밍 노이즈'('웅'하고 울리는 기분 나쁜 느낌의 소음)가 다소 심했다. 주된 원인은 디젤 엔진의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 들어가는 'BSM(밸런스샤프트모듈)'이라는 부품이 빠졌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예전 투싼 iX의 급가속시 실내 소음 유입 문제와 같은 사안이다.

현대·기아차가 신형 투싼·스포티지의 디젤엔진(휘발유엔진은 물론 포함)에서 BSM을 전부 빼버린 것은 전략적 판단일 수도 있다. BSM은 진동·소음을 잡아주는 대신에 엔진 구동에 '저항'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출력·연비를 높이기 위해서는 빼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 또 BSM을 빼더라도 엔진 마운팅(차체에 고정하는 방법)이나 차체 강성 보강을 통해 진동·소음을 잡는 것도 일부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현대·기아차의 '기술적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부밍 노이즈는 확연히 느껴졌다. BSM은 르노삼성 QM5, GM대우 윈스톰 등 내수경쟁 모델에는 전부 달려 있으며, 투싼·스포티지의 윗급 모델인 싼타페·쏘렌토에도 전부 달려 있다. 또 세계 최고의 디젤엔진 숙성능력을 갖고 있다는 폴크스바겐의 국내 시판용 2L 디젤모델에도 전부 BSM이 달려 있다.

이 같은 기술의 '숙성도' 문제는 진폭 감응형 댐퍼에서도 발견됐다. 유럽 고성능차처럼 노면조건에 따라 승차감을 조절해주는 이 부품 자체는 매우 좋다. 문제는 차량과의 조화였다. 상황에 따라 부드러울 때와 단단할 때를 수시로 넘나들면서 차량·서스펜션이 하나가 되는 '일체감'이 느껴져야 하는데, 일부 조건에서 차체와 서스펜션이 따로 노는 느낌이 들었다. 또 턱을 넘을 때 '딱' 소리가 크게 날 정도로 단단함만을 강조하다 보니, 실제 독일차처럼 단단할 때는 단단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부드러운 주행감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

◆편의·안전장비

편의장비는 거의 모두 갖췄다. 운전석 통풍시트, 동영상 파일재생이 가능한 7인치 내비게이션, 파노라마 선루프, HID램프, 멀티통합 룸미러, 버튼시동 스마트키 등 온갖 장치를 다 집어넣은 편의장비의 종합 선물세트다.

안전장비는 더 놀랍다. 급차선 변경 등에서 차체의 자세를 스스로 잡아주는 VDC, 후방 추돌시 목부상을 줄여주는 액티브 헤드레스트, 운전석·동승석 에어백,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 급제동 상황 발생시 비상등을 깜박여 추돌사고를 예방하는 급제동 경보시스템 등이 모두 기본이다. 고급 모델에는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 전복 감지 사이드, 커튼 에어백 등도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