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오쇼핑의 자회사 CJ헬로비전드림시티는 지난달 감자(減資·자본금을 줄이는 것)공시를 했다. 보통주 382만주를 254만주로 줄인다는 내용이다. 감자대상 주식 한 주당 7만680원씩 지급하는 유상감자였다. CJ헬로비전드림시티는 CJ오쇼핑이 지분 95%를 갖고 있는 자(子)회사이다. 최대주주인 CJ오쇼핑은 이 결정으로 900억원 가까운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온미디어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손쉽게 조달한 셈이다.
감자는 주식을 소각해 없애는 것이다. 보상도 없다. 이러한 속성 때문에 감자를 자주 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눈길은 곱지 않다. 보유주식 가치가 줄어들거나 최악의 경우 제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주력사업보다는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악용한 머니게임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그래서 대체로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실제로 이번 12월 결산법인 중 적지 않은 기업들이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감자와 증자 수법을 반복했다가 퇴출됐다.
하지만 CJ오쇼핑의 경우처럼 무상이 아닌 유상감자를 실시하는 경우는 조금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주식 수를 줄이는 만큼 제값을 치르는 데다 모기업이 지분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소액주주들에게 휘둘릴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래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CJ오쇼핑은 감자 이후에도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재무구조에 별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주력사업에 맞는 적정 자본규모를 갖추는 데도 감자가 도움이 된다. 국제상사는 E1이 대주주로 나서면서 이름을 LS네트웍스로 바꾸고 감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탄탄히 만들었다. 그동안 방만했던 사업을 정리하고 스포츠 의류와 수입차 딜러, 부동산임대업 위주로 주력산업을 축소하면서 자본금을 줄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감자 당일인 작년 12월 23일 LS네트웍스 주가는 하루 동안 3.7%나 올랐다.
올 초에는 LG생활건강이 더페이스샵 인수시 유상감자를 통해 800억원을 회수해 인수비용을 절약했다. 진양홀딩스는 자회사 진양물산의 자본금을 줄이며 70억원을 조달했다.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냈던 강철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소액주주의 권익에 침해를 주지 않는 대주주 감자는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효과적인 자금조달의 한 방법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감자(減資)capital reduction
기업들이 주식을 소각하는 방식으로 자본금 규모를 줄이는 것. 손실을 털어내거나 대주주가 돈 안 들이고 지배구조를 강화하려 할 때 주로 활용된다. 감자 이후 '제3자 배정' 방식의 증자(增資)를 하게 되면 대주주 우호 지분율을 높이고 자금도 끌어모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감자보상금액이 주식 매입가격에 미치지 못하거나 무상감자를 실시하면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