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안준호 기자

지난 25일 낮 울산시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에 들어서자 맞은편 건물 벽면에 '품질은 우리의 자존심이다'란 커다랗게 쓰인 표어가 한눈에 들어왔다. '한 번 확인 수정 제로, 두 번 확인 불량 제로' '품질은 시장을 평화적으로 점령하는 가장 효율적인 무기이다' '기본으로 돌아갑시다(Back to the Basic!)' 등 품질을 강조하는 표어나 플래카드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창사(創社) 이래 최대 물량 생산, 품질 검사 강화

에쿠스, 제네시스, 투싼ix 등을 생산하는 5공장에는 1.3㎞의 컨베이어 벨트가 연이어 돌아가고 있었다. 안에는 '드르르륵'하는 기계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5공장은 최근 밀려드는 주문에 매일 2시간씩 잔업에다 월 5회의 특근까지 하며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작년 9월 투싼ix를 본격 생산하기 시작한 5공장은 지난달 말까지 총 7만4000여대를 생산, 6개월 연속 생산목표를 초과달성하고 있다.

5공장 의장52부에서 일하는 박한준(50)씨는 "시장에서 반응이 좋으니까 힘이 난다"며 밝게 웃었다. 그 옆에는 에쿠스와 제네시스가 한 라인에서 조립되고 있었다. 시간당 37대가 생산되는 투싼ix에 비해 제네시스와 에쿠스는 1시간에 13대가 생산된다. 프리미엄급 차량이기 때문에 17~18년차의 숙련공들만이 조립 작업에 투입돼 있다. 다른 차종에 비해 각종 품질 검사 횟수도 2∼3배 많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제5공장에서 직원들이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인 투싼ix 차체를 조립하고 있다. 울산5공장은 작년 9월 투싼ix 출시 후 지난달 말까지 7만4000여대를 생산했다.

7월부터 에쿠스 미 수출

현대차는 올해 국내 공장 생산량을 작년보다 6% 늘어난 171만대로 잡고 있다. 이는 1968년 울산공장에서 코티나를 처음 생산한 후 창사 이래 국내 공장 최대 생산량이다. 오는 7월부터는 최고급 세단 에쿠스를 미국에 수출한다.

공장 현장에선 'Effective(실질적인 품질향상)', 'Creative(창조적인 품질관리)', 'Human(능동적인 품질의식)','Organizational (조직적인 품질혁신)'의 첫 자를 따서 만든 '품질 ECHO'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캠페인은 공장 곳곳에서 눈에 띈다. 강호돈 울산공장장(부사장)은 "도요타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품질 향상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품질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단 각오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품질 경영엔 노사가 따로 없다"

노동조합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이경훈 노조위원장은 "품질경영엔 노사가 따로 없다"며 "품질 좋은 명차 생산이 곧 고용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위기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 협력적 관계를 보이는 듯한 노사관계도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 적용범위를 놓고 노사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올해 임금협상도 문제다. 지난해에는 임금 자체가 동결되는 대신 성과급을 많이 주는 식으로 협상을 풀었지만, 노조는 이 방식이 결국 노조에 불이익을 줬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는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부품 하도급 업체의 R&D와 품질 확보도 관건이다. 성균관대 조준모 교수는 "담합적 노사관계를 유지하는 현대차가 비효율적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약자인 하도급업체에 떠넘길 경우, 하도급업체의 품질이 떨어지며 이는 결국 현대차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