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시작되는 서울시금고 운영 은행 선정을 둘러싸고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95년간 시 금고 열쇠를 쥐고 있는 우리은행이 이번에도 다른 은행들을 따돌리고 운영권 재확보에 성공할지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화일보 3월 18일
서울시와 우리은행은 95년 동안 살림을 함께한 부부 같은 사이다. 우리은행은 1915년 상업은행 시절부터 올해까지 거의 한 세기 동안 서울시 금고(金庫)를 지켰다. 이번에도 시금고로 뽑히면 백년해로(百年偕老)를 눈앞에 둔다.
다른 은행들은 지난 10년 동안 이들 사이를 갈라놓으려 애썼다. 하지만 100년 가까이 쌓인 서울시와 우리은행의 정(情)은 단단했다. 시중은행들의 구애(求愛)는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그럼에도 다시 도전장을 내민 이유는 뭘까. 서울시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되면 그만큼 혜택이 쏠쏠해서다. 우선 시금고가 운영하는 서울시 예산만 해도 한 해 20조원에 달한다. 1억원을 예금한 VIP고객 20만명을 한 번에 확보하는 셈이다.
매년 거액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으니 해당은행의 자본 건전성도 높아진다. 서울시 공무원 1만명의 급여계좌도 따라올 수 있다. 여기에 서울시 대표은행이라는 상징성은 25개 구청과의 계약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서울시장이 만일 대통령이라도 되면 예상하지 못했던 '소득'을 거둘 수도 있다. 일례로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우리은행장을 지낼 때 당시 서울시장인 이명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서울시금고 은행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은행장 연임에 실패한 뒤 이명박 후보캠프에 합류해 KB금융지주 회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올해 서울시금고 입찰 열기는 예년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서울시는 올 초 시금고 지정·운영에 관한 조례까지 만들어 시행했다. 5년이었던 기존 계약기간을 4년으로 줄이는 대신 1회에 한해 수의계약으로 재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뽑히고 다음에 다시 지정되면 총 8년 동안 시금고은행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은행들로서는 부담요소로 꼽혀온 지역사회 기여 및 서울시 협력사업 실적 등은 100점 만점인 평가에서 10점으로 배정됐다. 2005년 공개경쟁 때 우리은행은 서울시에 1300억원을 내놓기로 제안했다.
시금고은행은 서울광장 아이스링크, 청계천 다리 공사 같은 사업에 돈을 댔다. 이렇게 협력사업이 많으니 실적 평가에서 후한 점수를 받게 된다.
우리은행을 제치고 시금고가 되려는 은행들은 "기존 시금고은행이 새로운 평가에서도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불평한다. 새 은행이 시금고로 선정되면 세입 관련 전산시스템이나 인력 등도 바꿔야 하는 불편도 생긴다. 서울시와 우리은행의 연결고리를 어떻게든 약화시키려는 은행들 역시 이런 점들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일부 은행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처럼 서울시도 복수의 금융기관을 시금고로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새로 만든 조례에서 원칙적으로 하나의 금융기관을 시금고로 지정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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